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희망 던진 조정훈, 절망 날린 포크볼


입력 2017.07.10 08:02 수정 2017.07.10 13:42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7년여 만에 1군 복귀..포크볼 위력 여전

관중들 뜨거운 환호에 모자 벗어 인사

조정훈 ⓒ 롯데 자이언츠

조정훈(32·롯데 자이언츠)을 잊은 팬들도 많았다.

아픈 손가락 같은 투수라 일부러 잊으려 했던 팬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가 더그아웃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팬들은 가슴 속에 ‘조핑크’를 새기기 시작했다.

조정훈이 마운드에 오를 때 뜨거운 가슴으로 그를 연호했다. 마운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조정훈 뒷모습을 보며 2009년을 떠올린 팬들도 많았다.

조정훈이 돌아왔다. 지난 2010년 9월 13일 사직 한화전 이후 7년 만에 1군 마운드에 섰다. 조정훈은 9일 홈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SK전에서 0-6 뒤진 8회초 등판했다.

승패가 기운 상황이지만 사직구장을 찾은 롯데 팬들은 조정훈 공 하나하나에 뜨겁게 반응했다. 세 차례 팔꿈치 수술 포함 7년여의 재활로 인한 시련을 겪었던 그의 극적인 복귀 투구는 가슴을 적셨다.

조정훈의 포크볼 위력을 체감하면서 다시 한 번 2009시즌을 떠올렸다. 조정훈은 당시 주무기인 낙차 큰 포크볼로 롯데 에이스로 등극했다. 그해 14승을 챙기며 윤성환(삼성)-로페즈(KIA)와 다승 공동 1위 타이틀도 안았다.

롯데 구단도 예전 조정훈의 화려한 포크볼을 생각하며 최대한 기회와 시간을 배려했다. 2011년부터 무려 6시즌 동안 1군 무대에서 단 1경기도 던지지 못한 투수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방출이나 은퇴를 했어야 맞지만 롯데는 기다렸다.

그때를 보는 것 같았다. 조정훈은 포크볼을 앞세워 SK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복귀 자체가 인간 승리라는 것을 아는 듯, 조정훈은 고대하던 사직 1군 마운드를 밟고 하늘을 쳐다본 뒤 길게 숨을 내쉰 뒤 투구를 시작했다.

첫 번째 맞이한 SK 김성현에게는 느린 커브를 던져 방망이를 헛돌게 한 뒤 슬라이더로 또 헛스윙을 유도했다. 결정구는 역시 130km대의 포크볼을 택했고, 김성현은 또 방망이를 헛돌렸다.

첫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으며 산뜻한 출발을 알린 조정훈은 이성우에게도 느린 커브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이어 143km, 141km의 패스트볼로 파울을 유도한 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포크볼을 뿌려 탈삼진을 기록했다.

포크볼의 위력을 내뿜으며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조정훈은 노수광을 1루수 이대호 실책으로 내보냈지만, 나주환에게도 포크볼을 섞어 던지며 내야 땅볼을 유도해 이닝을 마쳤다. 돌아온 조정훈의 살아있는 포크볼에 롯데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복귀를 넘어 이제는 팀의 전력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조정훈도 팬들의 성원에 미소를 지으며 모자를 벗어 인사했다. 희망을 던진 조정훈이 긴 절망의 터널에서 빠져나온 순간이다. “야구 인생이 끝날 때까지 포크볼 그립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던 조정훈의 의지가 빚어낸 감동의 하루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