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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강세에 통상압력까지" IT株 고점 논란 증폭


입력 2017.12.04 17:28 수정 2017.12.04 17:33        전형민 기자

주가상승 피로·원화강세·통상압력 '3각 파도'에 고점논란 가열

전문가 "대책 부재 실망감 확산땐 주가 장기적 방향성 타격"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로 불거진 '고점 논란'으로 홍역을 치루고 있는 IT주에 '원화 강세'에 이어 '통상압력'이라는 겹악재가 드리웠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IT업종 반등 여부에 연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외국계 증권사의 비우호적인 보고서로 고점 논란이 뜨거워지는 IT주에 원화 강세, 통상 압력이라는 겹악재가 드리워지고 있다. 올해 지속된 주가 상승으로 피로감이 누적된 터라 차익실현 압력을 높일 수 있는 재료의 잇단 등장으로 시장참여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IT업종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5.08% 하락 이후 4일까지 5거래일간 8.02% 하락했고, SK하이닉스 역시 4.69%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조정이 업종 전반으로 확대될 기미도 보인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전기전자업종지수는 534.4p(2.74%) 하락한 18938.32에 머물렀다. KRX반도체지수 역시 4.09% 하락한 2805.70을 기록했고, 전방산업의 뒤를 받쳐주는 장비와 관련한 반도체 후방산업이 모인 코스닥 반도체지수 역시 5.23% 하락했다.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에 통상압력 수위 상승이 투자심리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 실제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SK하이닉스의 메모리모듈과 관련 부품들이 미국 반도체 업체 넷리스트의 특허를 침해했는지를 조사하기로 의결했다.

미국 관세법 337조(미국 기업이나 개인의 지적재산권(IP)을 침해한 해외 제품에 대해 수입 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에 따른 조사로 대상은 SK하이닉스 한국 본사와 SK하이닉스 아메리카, SK하이닉스 메모리솔루션 등이 포함됐다.

문제는 이 같은 제소가 실질적인 IP 침해 조사가 아닌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견제용' 조사라는 점이다. 가뜩이나 외국계 증권사인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로 한차례 조정을 받은 삼성전자 등 수출 중심 IT주들에 원화 강세에 연이어 통상 압박 악재가 겹쳐지는 모양새다.

특히 수출 중심 IT 업체들을 향한 통상 압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증권가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사를 통해 IP 침해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미국의 이 같은 통상 압력이 장기화할 경우 올해 코스피를 이끌어온 수출 위주 IT업종 실적장의 '끝'이 올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과거로부터 되돌아보면 총 2번의 반도체 빅사이클이 있어왔지만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모멘텀조차 불분명하다"면서 "당장은 IT주들이 상승세를 되찾을수도, 하락세를 보일 수도 있지만, 변동성이 큰 업종인만큼 과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도 "내년까지 다른 반도체 공급자가 등장하기 어렵고 글로벌 경기가 좋아 유사한 실적은 나올 것"이라면서도 "삼성전자 등의 주가가 내년에 더 오르기 위해서는 추가 실적이 나와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상압박이 계속될수록 반도체는 물론 전기전자업종 등 대미 수출업종 전반으로 그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것이라며 당장의 주가보다 장기적 방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진 미국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며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생산선 다변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정부도 외교력과 설득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증시 자체의 방향성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계속된 악재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실적 덕분에 IT업종의 성장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며 오히려 저가매수 타이밍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통상 2조원 순매수·순매도 구간을 순환하는 외국인의 20일 누적 순매수 추이 등을 고려하면 외국인의 수급 환경은 통계적 하방 임계치를 넘어섰다"고 분석하고 "외국인 매도 클라이막스가 7부 능선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있다. 현 국면은 삼성전자를 위시한 한국 IT주의 저점매수의 호기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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