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더 버틸 껄"…보유세 인상 예고에 매물 정리한 집주인의 후회?
규제에도 아파트값 상승세에 추가 상승 기대감도 높아
“보유세 인상이다, 뭐다, 규제한다는 말이 하도 많이 나와 정리했는데, 지금은 그 매물이 더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더라. 조금만 더 버텨볼 껄 하는 후회가 남는다.”(강남의 한 집주인 A씨)
“8월 대책 발표 이후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기다려봤지만, 오히려 눈여겨보던 아파트는 대책 이후 2억원 가량 더 오른 가격에 매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이 가격도 그나마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이라 지금이라도 사야하는 게 맞는지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내 집 마련을 꿈꾸고 있는 직장인 B씨)
지난해부터 정부 규제의 집중 타깃이 된 서울 아파트 지역. 그 중에서도 더욱 규제가 강한 강남권 아파트는 잇단 규제에도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여기에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4일 찾은 이 지역 일대의 공인중개사들은 올해도 가격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데 대부분 의견을 같이 했다. 전세가격 역시 매매가격에 맞춰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치동 인근 거주자들은 아이 교육 문제 때문에 쉽게 이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오히려 규제가 강화된 지난 11월 수능이 끝난 이후 교육을 위해 넘어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매매가격은 물론 전세가격도 오른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매물이 귀한 상황이다 보니 간간히 이뤄지는 거래가 높은 가격에 계약되면서 일대 시세가 상향 조정되는 분위기다. 집주인 역시 매매가격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내놓았던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시세보다 높게 내놓는 경우도 흔치 않다.
삼성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거래는 이전보다 줄어드는 분위기지만, 그렇다고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며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집주인들도 매도 희망가를 높여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1월 전용면적 76㎡는 11억원에 거래됐지만 일년 사이 2억원 이상 오른 13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세가격도 같은 면적이 지난해 1월 4억~4억2000만원에 거래됐다면 지난달에는 최고가격이 4억9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강남 지역의 경우 대출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오히려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도 나온다.
청담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강남 지역은 수 천 만원 내렸다 해도 수억 원이 또 오르니 하락 시기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가격 곡선은 계속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남 아파트 가격이 타 지역보다 높게 형성돼 있어 많이 올랐다고 생각해 투자수요가 많이 끼어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강북 등지와 비교하면 강남 지역은 가격 대비 전세가격이 낮기 때문에 ‘갭투자’하기 더욱 어려운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남 지역의 경우에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반면, 강북은 별 차이가 없어 오히려 적은 돈으로 투자가 가능한 갭투자가 더욱 성행할 수 있다는 거다. KB월간주택가격동향 조사 결과, 지난달 서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70.0%인 가운데 강북 지역은 71.2%로 높았지만, 강남 지역은 68.7%로 낮았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강남구와 송파구 등도 자녀의 학군을 위한 실수요자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번 대책으로 여윳돈 없는 사람들만 경제적으로 더욱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반면 여윳돈 있는 집주인들은 호가를 낮추지 않고 ‘제값이 아니면 안 팔면 그만’이라 생각하고 버틸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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