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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유동성 악화…규제 완성 앞두고 '먹구름'


입력 2018.07.24 06:00 수정 2018.07.24 08:15        부광우 기자

1년 간 평균 LCR 114.6%에서 106.9%로 악화…은행 모두 하락세

'100% 이상 준수' 최종 규제 내년 실시…자금유출 대응력 높여야

국내 시중은행들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평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06.9%로 전년 동기(114.6%) 대비 7.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시중은행들의 유동성이 일제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기치 못한 현금 유출이 벌어졌을 때 대응 여력이 예전만 못해졌다는 의미다. 특히 이와 관련해 강화된 금융당국의 규제 완성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라는 점에서 대형 시중은행들의 선제적인 대응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시중은행들의 평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06.9%로 전년 동기(114.6%) 대비 7.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LCR은 국채 등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최소 의무보유비율로, 순현금유출액 대비 총 고(高)유동성자산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준다.

LCR은 금융위기 시 자금인출 사태 등 심각한 유동성 악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은행이 당국의 지원 없이 30일 간 자체적으로 견딜 수 있도록 대비하기 위해 정한 규제다. 즉, 은행의 LCR이 낮아졌다는 것은 그 만큼 유동성 위기에 취약해졌다는 얘기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LCR은 110.1%에서 99.8%로 10.3%포인트 떨어지며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조사 대상 은행들 가운데 이처럼 LCR이 100% 이하를 기록한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했다.

우리은행의 LCR 역시 112.6%에서 102.9%로 9.7%포인트 하락했다. KB국민은행도 109.7%에서 104.3%로, KEB하나은행도 114.8%에서 104.8%로 LCR이 각각 5.3%포인트와 10.0%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SC제일은행은 112.3%에서 5.1%포인트 하락한 107.2%, 한국씨티은행은 128.3%에서 6.0%포인트 떨어진 122.3%의 LCR을 기록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LCR 수준이 나빠진 것은 불어나는 현금유출 규모를 유동성 자산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 3월 말 6개 시중은행들의 LCR 기준이 되는 순현금유출액은 195조7332억원으로 전년 동기(150조2384억원) 대비 30.3%(45조4948억원)나 늘었다. 같은 기간 이를 상쇄해야 할 총 고유동성자산은 169조2501억원에서 203조7913억원으로 20.4%(34조5412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최근 시중은행들의 이 같은 LCR 악화에 남다른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이에 대해 강화된 규제가 완성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을 상대로 내년부터 반드시 LCR 100%를 넘기도록 예고해둔 상태다.

금융당국은 2015년 1월에 처음으로 국내 일반은행들에 대해 80%의 LCR 규제를 도입했다. 이는 당시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과 은행 감독 당국의 대표들로 구성된 바젤위원회가 정한 60%보다 높은 수준으로, 매년 5%포인트씩 상향해 내년 1월 관련 규제 강화를 매듭지을 방침이다.

금융권은 은행별로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내년까지 모두 규제 라인을 지키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부 대형 은행들이 지금처럼 빡빡하게 유동성을 관리하는 모습은 다소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LCR 100%는 어디까지나 최소 규제 라인인 만큼 대형 시중은행이 이를 턱걸이로 넘는 상태만 유지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바라보긴 힘들다"며 "현금이나 국공채 등 고유동성자산을 쌓는데 속도를 내 좀 더 여유 있는 유동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넘치는 유동성 확보가 꼭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란 시각도 존재한다. 지나치게 몸을 사리며 안정성만 높일 경우 수익성이 악화돼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운용에 따른 수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세계 금융 시장의 흐름 속에서 유동성을 너무 끌어올리는 것은 일종의 보신주의일 수 있고, 최근 글로벌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국공채를 매입하면 차후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무조건 높은 수준이 아닌 적절한 LCR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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