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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처리 의혹에 갑질 논란까지…'진퇴양난' 바이오업계


입력 2018.11.22 06:00 수정 2018.11.22 07:29        손현진 기자

검찰 고발당한 삼성바이오 "금융당국이 입장 번복"

갑질 의혹 맞닥뜨린 셀트리온…바이오산업 '위기론' 높아져

검찰 고발당한 삼성바이오 "금융당국이 입장 번복"
갑질 의혹 맞닥뜨린 셀트리온…바이오산업 '위기론' 높아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주요 바이오기업들이 잇따라 회계처리 의혹과 갑질 논란 등에 휩싸이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업계를 대표하는 바이오기업들이 잇따라 회계처리 의혹과 갑질 논란 등에 휩싸이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의 육성 의지에 따라 고성장을 향해야 할 바이오산업이 초반부터 때 아닌 암초를 만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0일 고의적인 분식회계 혐의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를 검찰에 고발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를 변경하는 과정에 분식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이날 총 15개 항목의 입장 자료를 내고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2015년 말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은 미국의 바이오젠과 합작 설립한 에피스를 장부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회계적인 해석의 차이일 뿐인데 증선위가 이를 분식회계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금융당국이 거듭 입장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상장 당시에는 증선위가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위탁 감리를 실시하고 '중요성 관점에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냈다는 것이다.

같은 해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적합성을 질의해 열린 IFRS(국제회계기준) 질의회신 연석회의에서도 공식적으로 문제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했다. 이 회의에는 금융감독원도 참여했다.

삼성바이오는 금감원이 1차 감리와 재감리에서 판단을 번복한 사실도 언급했다. 1차 감리에서는 2012년 에피스를 연결 종속회사로 처리한 것에 대해 특별한 지적을 하지 않았고, 2015년 말 지분법 관계사로 전환한 것에 대해선 지분법 변경은 안 되고 연결을 유지해야 했다는 게 당시 금감원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재감리에서는 2012년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모두 지분법으로 처리하는 게 적절하다고 금감원이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태한 바이오로직스 대표.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논의 하에 회계기준을 변경했다는 의혹도 일축했다. 당시 그룹내 미래전략실이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 이익 및 손실이 발생하는 회계이슈에 대해 회사가 검토 중인 내용을 공유하기는 했지만, 관련 결정은 회계법인의 권유에 따른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 측은 "당사는 사람의 생명과 연관된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회사로서 '데이터의 무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증선위의 조치통보서가 송달되는 대로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회계 이슈는 삼성바이오뿐 아니라 바이오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선위는 올해 실시한 테마감리에 따른 제재안을 이르면 오는 28일 심의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연구개발비를 자의적으로 회계처리한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4월부터 테마감리를 실시해왔다.

이에 테마감리가 이뤄진 10개 제약·바이오 기업에 경고나 시정요구 등 증선위의 계도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지난 9월 금융위가 '제약·바이오 기업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발표하면서 업계는 일제히 재무제표를 재작성했고, 일부 기업은 이에 따른 영업손실을 감수하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서정진 회장의 기내 갑질 의혹이 불거져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서 회장이 지난 16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기내 사무장 등 항공사 직원들에게 막말과 비하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승무원 측은 서 회장이 이밖에도 라면을 일부러 3차례나 다시 끓여오도록 하는 행동으로 '갑질'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셀트리온 측은 이에 대해 "규정 위반과 관련해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대화가 오가기도 했지만, 보도된 내용과 다르게 서 회장의 폭언이나 막말, 비속어 사용은 없었다"며 "주문한 라면이 덜 익어서 다시 제공받은 것뿐 고의로 라면을 수 차례 주문했다는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서 회장의 투박하고 진솔한 성격에서 비롯된 소통의 차이라고 이해를 부탁드리고, 예기치 못한 불편함을 느꼈거나 상처를 받은 분이 계시다면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주요 바이오기업에서 주장이 크게 엇갈리는 논란거리가 잇따르면서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바이오산업이 위기에 몰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잘못을 가리고 바로잡는 건 불확실성 해소의 측면에서 우호적으로 볼 수 있지만, 명확지 않은 판단 기준으로 논란이 길어지면 오히려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초기 투자가 중요한 바이오산업에서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슈가 거듭 불거져 우려된다"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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