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당대표·지도자급 인사에 내년 총선 '전략 지역' 출마 권고
黃 대표 험지 출마 관련해선 "우리가 결정 못해…지도자가 판단"
험지 출마 대상자로 지목된 홍·김 "당 위해 희생할 만큼 했다"
한국당, 당대표·지도자급 인사에 내년 총선 '전략 지역' 출마 권고
黃 대표 험지 출마 관련해선 "우리가 결정 못해…지도자가 판단"
험지 출마 대상자로 지목된 홍·김 "당 위해 희생할 만큼 했다"
자유한국당이 17일 당 대표를 지냈거나 당 지도자급 위치에 있는 소위 '간판급' 인사들에게 내년 총선에서 '전략적 거점지역'에 출마하라고 권고했다. 사실상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을 겨냥해 '험지 출마'를 압박한 셈이다.
당사자들은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미 지난 11월 7일 대구 불출마·험지 출마 의사를 밝힌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측도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당 일각에선 "황교안 대표가 솔선수범하지 않는 이상 당 간판급 인사들에 대한 험지출마론은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를 지냈거나 지도자적 위치에 있었던 큰 정치인은 당과 협의해 '전략적 거점지역'에 출마해 이번 총선을 이끌어 주실 것을 권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밝힌 '전략적 거점지역'이란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당에게 빼앗겼지만, 한국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 중량감 있는 한국당 주자가 나설 경우 역전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곳으로, 사실상 '험지(險地)'다.
이진복 총선기획단장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남 거창·함양·산청·합천 지역구 출마를 위해 예비등록을 마친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겨냥한 듯 "일부 예비후보에 등록하신 분들도 해당된다"고 말했다.
다만 황교안 대표의 험지 출마 여부와 관련해선 "우리가 어디에 나가라고 할 수는 없다. 지도자가 판단할 것"이라며 "(추후 발족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 안팎에선 정치 1번지 '종로 출마설'과 '비례대표 말번' 가능성 등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험지 출마 거부 못 박은 홍준표 "입당 후 24년 동안 글래디에이터 노릇"
경남 거창 예비후보 등록 마친 김태호 "그동안 당 위해 적극적 헌신"
김병준 "험지 출마 의사 밝혔지만, 그 뒤로 당에서 일언반구도 없어"
이에 당사자들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거나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 같은 발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에 그다지 공헌한 바도 없이 양지만 쫓던 사람들이 숨어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쏘아붙였다.
홍 전 대표는 "나는 입당한 이래 24년간 글래디에이터(검투사) 노릇만 해 왔다"며 "여태 국회의원 출마는 당이 정해준대로 험지에서만 해왔지만 마지막 출마지는 차기 대선을 기준으로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정하고자 한다"고 험지 출마 거부 의사를 못 박았다. 홍 전 대표는 '보수 텃밭'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혹은 대구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호 전 지사도 "작년 지방선거 때 마지막 희생을 했다"며 험지 출마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예비등록 후 거창군창 브리핑룸에서 간담회를 갖고 "작년 경남지사 선거가 당을 위한 마지막 희생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뛰었다"며 "그간 당이 원하는 대로 험지인 김해을에 출마했고, 지난해 경남지사 출마 요구도 수용하고 당에 적극적으로 헌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당내 경쟁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측은 당 지도부의 소통 부재와 일방적 의사결정을 꼬집었다. 김 전 위원장 측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한 달 반전에 이미 대구 지역 불출마·험지 출마 의사를 밝혔다"며 "그런데 당에서는 그 뒤로 어떤 일언반구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 사정이 어떻고, 어떤 지역을 전략 지역으로 할지 등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게 정상인데, 한 달 동안 그런 과정이 전혀 없다가 오늘 덜컥 발표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총선기획단의 발표는 일부 당사자들을 향해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너희들은 지역조차 생각하지 마라'고 통보한 꼴"이라면서 "진정으로 총선 승리를 원한다면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당 사정을 설명한 후 거점지역을 대략적으로 정해 놓고 이 같은 발표를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경우 험지 출마 거론 대상자들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총선기획단은 "우리는 이분들과 물밑에서 이미 충분히 논의를 한 뒤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총선기획단의 한 인사는 이날 통화에서 "이분들과 만나서 '거점지역' 출마를 최대한 설득했지만, 거부하고 '여기에 있겠다'고 해서 이렇게 된 것"이라며 "우리는 할 만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략적 거점지역은 '사지(死地)'가 아니라 우리당이 한 석을 빼앗아 올 수 있는 지역이다. 험지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총선기획단은 여성 정치 참여를 확대 및 정치적 양성 평등을 위해 만 59세 이하 여성 신인에게는 30%의 가산점을, 만 60세 이상 여성신인의 경우 20%의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신인이 아닌 모든 여성 후보자에게는 연령과 무관하게 최소 10% 이상의 가산점을 부여하고, 만 44세 이하 여성은 청년 가산점 적용하기로 했다. 보궐선거를 유발하는 선출직 공직자의 중도 사퇴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 후보자 선출 경선 시 광역·기초단체장은 30%, 광역·기초의원은 10% 감산점을 적용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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