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일요일에 질본 찾아 본부장 현안보고 받아
"확진자 15명…메르스 초기 대응 실패다" 질타
성일종 "이젠 야당대표가 허락받고 다니느냐"
김종인 "이마저도 정쟁 악용…어처구니 없다"
코로나 재확산 위기 속에서도 방역 실패 책임을 야당에 물으려는 정부·여당의 태도에 미래통합당의 분노가 폭발한 모습이다. 통합당 지도부가 "오죽 궁색하면 정부가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느냐"고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
질병관리본부를 격려방문한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의 맹비난은 과거 문재인 대통령도 야당 대표 시절 질본을 찾아 현안보고를 받았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3일 오후 코로나 긴급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하는 이른바 '통합당 책임론'과 관련해 "민주당 프레임에 빠진 의미없는 질문이 반복되고 있다. 책임 없는 것 다 알지 않느냐"라며 "우리 당과 아무 관련이 없는데, 오죽 궁색하면 정부가 방역 실패를 야당에 떠넘기고 있겠느냐"라고 일축했다.
주 원내대표는 "8월 10일부터 확진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는데도 정부는 코로나가 마치 종식되는 듯한 잘못된 시그널을 여러 차례 줬다"며 "임시공휴일을 늘리고 소규모 모임 금지를 해제하고 쿠폰을 발행해 바깥 모임을 장려했다"고 열거했다.
김종인 위원장의 지난 21일 질병관리본부 격려방문에 대해서 민주당 의원들이 벌떼처럼 비난을 퍼붓는 것을 향해서도 김 위원장 본인이 이례적으로 직접 반박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내가 질본에 다녀온 것은 소신있게 일해달라고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다"라며 "여당은 이에 함께 하지는 못할망정 이마저도 정쟁으로 악용하려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맞받았다.
재선 의원인 성일종 비상대책위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야당 대표로서 국정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국민에 대한 의무"라며 "국회 상임위를 독식하더니 이제는 국가기관마저 독점했느냐. 야당 대표가 허락받고 다녀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방역 현안이 발생했을 시에 야당 대표가 질본을 방문해 현안 보고를 받았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을 때도 했었다는 점에서 집권 세력의 전매특허인 '내로남불'이 또 발동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정치연합 대표였던 2015년 5월 31일 '메르스 사태' 대응에 여념이 없던 질본을 찾아 현안 보고를 받았다. 김종인 위원장이 금요일 오후에 질본을 찾은 것과는 달리 문 대통령은 일요일에 질본을 찾아 양병국 본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메르스 초기 대응이 실패했다. 불과 열흘 만에 확진자가 15명"이라며 "초기 대응 실패를 보면 신종 감염병에 대해 우리의 대응 시스템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질타했다.
정부·여당의 '책임 떠넘기기'에 반격하는 것과는 별도로, 통합당은 이날도 코로나 위기 관련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합당은 이날 대한의사협회장 출신인 신상진 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코로나대책특위를 출범한데 이어, 김종인 위원장이 최대집 의협회장을 만나 '의사 파업'을 피할 방도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신상진 위원장은 "코로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일선의 의사들을 포함한 의료진인데, 정부가 시급하지 않은 '4대 정책'을 왜 이 시기에 밀어붙이는지 많은 국민들이 도저히 이해를 못하고 있다"며 "의료계의 분노를 사는 정책은 뒤로 미루고, 모든 것을 코로나 극복에 맞춰서 정책을 추진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김종인 위원장과 최대집 회장의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협은 코로나 사태가 엄중한 상황이니, 이게 종식된 뒤에 협의체를 구성해서 (4대 정책을) 재논의하자는 입장"이라며 "정부에 적극 나서서 대화할 것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