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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상생 노력 대가가 과징금?”…공정위 ‘무리수’ 논란 가열


입력 2020.09.10 06:00 수정 2020.09.10 13:27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CP, ‘허위매물’ 논란에 구축한 네이버 시스템 ‘눈독’

네이버 “일반매물 제한한 적 없어”…갑질 근거 빈약

네이버 부동산 로고.ⓒ네이버


“수십억 들여 만든 시스템, 무임승차 막은 게 잘못인가요?”


네이버가 부동산 허위매물 검증 시스템을 경쟁사(카카오)에 제공하지 못하게 막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10억원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다.


사업자가 이토록 정부 제재에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건이 시작된 약 20년 전으로 돌아가 살펴보면 공정위가 제대로 된 근거 없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을 받는 배경을 알 수 있다.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제공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03년 3월이다. 당시 네이버는 부동산114 등 부동산 정보업체(CP)로부터 매물 정보를 받아 이를 포털에 올리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카카오(다음)나 다방, 직방 등은 네이버와 다르게 매물 정보를 직접 수집한다. 집주인이 공인중개업소에 집을 내놓으면 업소가 카카오 등에 매물을 등록하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이를 직접 하지 않고 CP를 거쳐 정보를 받았다.


하지만 네이버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온라인상과 달리 매물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위매물’ 문제가 공론화됐고,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네이버 책임론이 불거졌다.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 온라인 화면 캡처.

◆네이버, CP에 시스템 공동 구축 제안했으나 거절당해


당시 네이버는 1위 사업자가 아닌 3~4위에 머물러 있었지만, 허위매물이 사회적 문제인 만큼 이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CP 측에 허위매물정보를 거르는 시스템을 함께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CP들은 이를 거절했고, 네이버는 수십억을 투자해 논란의 중심이 된 ‘허위매물정보’ 시스템을 자체 도입하기에 이른다.


네이버는 이때 기존 CP를 통해 정보를 제공받던 방식에서 직접 매물정보를 수급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방식을 전환했다.


이후 네이버가 도입한 시스템은 100%는 아니지만 허위매물을 효과적으로 걸러줬고, 이에 만족한 사용자들이 몰리면서 1위 사업자에 오르게 된다. 자연스레 CP를 통해 부동산 매물을 올리고 광고를 집행하던 중개업소들도 이를 중단하고 네이버에 광고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결과로 부동산114와 같은 CP 매출은 감소했고, 2013년 이들이 “네이버 때문에 사업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네이버는 ‘상생안’을 내놓았다. 상생안 내용은 매출이 잘 나오고 있던 네이버 부동산 매물정보 광고를 없애서 CP들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것이었다. 네이버에 몰리던 광고를 CP에 양보하고, 매물 정보도 다시 CP를 통해서 수급하겠다고 했다.


제주도 카카오 본사.ⓒ카카오

◆잘 나가던 광고 없애면서 내민 ‘상생’ 제안에 CP도 승낙


대신, 이용자 불편을 막기 위해 네이버 허위매물정보 시스템을 거친 매물만 등록하는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1건당 1000원인 검증비를 CP에서 부담하니, 이 정보를 네이버가 아닌 CP 사이트에 올리는 것도 허용했다. 다만 ‘제3자 제공 금지’ 조항을 걸어 경쟁사에까지 이를 넘기는 것은 막도록 했다.


문제는 2015년 2월 본격화됐다. 카카오가 부동산114를 찾아가 네이버 시스템을 거친 확인매물정보를 달라고 한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네이버는 경쟁사에 해당 정보를 제공하는 건 상생 모델 전제 조건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를 제한했고, 카카오와 CP 계약은 깨졌다. 이미 네이버가 카카오 측에 함께 관련 시스템을 함께 구축하자고 제안했으나, 카카오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기 때문에 카카오도 할 말은 없는 셈이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 서비스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CP가 네이버 고유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카카오 등 타 플랫폼을 통해서도 돈을 벌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때 부동산 CP들이 카카오와 제휴를 맺지 못하도록 한 것이 단순 ‘일반매물’이 아닌 ‘확인매물정보’ 제공을 제한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네이버가 ‘갑질’을 하면서 불법적인 경쟁 제한을 했다고 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뉴시스

◆ 업계 “정부가 국내 사업자 간 갈등 부추긴 꼴”


공정위 주장에는 모순이 있다. 이미 카카오는 사업 모델 자체가 중개업소로부터 일반매물을 직접 수급하는 방식이었으므로 네이버의 일반매물정보를 원했을 이유가 없다. 일반매물은 누구나 수집할 수 있는 형태인 데다, 카카오도 이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또 네이버는 이미 2017년 11월 업체들과의 계약서에서 문제가 된 조항을 삭제했다. 카카오가 해당 사업을 재추진할 요량이었다면 이미 CP들과 다시 계약해도 남았을 시간이다. 하지만 카카오가 현재까지 기존 사업 모델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갑질’에 대한 근거 자체가 빈약해진다.


정부 기관이 나서서 국내 업체 간 갈등을 조장했다는 의혹도 불거진다. 공정위가 해당 건에 대해 브리핑을 하면서 경쟁사인 ‘카카오’를 직접 거론한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3년간 조사에 내린 결론을 보면 이치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무조건 대기업을 갑질 주체로 만든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며 “브리핑 역시 정부가 동종업계 간 선의의 경쟁이 아닌 감정싸움을 부추긴 격으로 아쉬움이 남는다”고 비판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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