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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극우 트럼프 있었다면 한국엔 좌파 트럼프들 있다


입력 2020.11.10 08:30 수정 2020.11.10 08:14        데스크 (desk@dailian.co.kr)

막말 거짓말 차별 분열 독선 내로남불...그와 닮은 점 너무 많아

‘자기편은 아무리 잘못해도 찍는다’는 정치 양극화 한국도 비슷

ⓒ데일리안 DB

트럼프가 결국 졌다.


우리들에게 풍요와 합리, 민주주의의 꽃으로 보였던 미국의 이미지를 만신창이 3류 국가의 그것으로 전락시키며 미국 사람들 다수에게 큰 고통과 상처를 주었던 그가 4년 더 백악관을 지키는 ‘악몽’을 연장시키는 데 실패했다. 그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대법원이 그의 손을 들어준다면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심판 당하지 않았다는 게 이번 미국 대선의 가장 큰 의미이자 한국 사람들에게 던져 주고 있는 공포스러운 메시지이다. 왜? 보수와 진보 진영간 갈등의 골이 이토록 깊어지고 그것을 극복하기가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잘못하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걸 ‘바이든 신승-트럼프 석패’ 결과는 웅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잠정 집계로 약 7500만표를 얻었다. 미국 역대 대통령 후보들 가운데 1위다. 그럼 트럼프는 아주 형편없는 득표를 했는가? 천만에 약 7100만표를 얻어 바이든 다음으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약 5450만표에 그친 같은 공화당의 인기 많았던 레이건보다 1600만표나 더 얻었고 6950만표의 오바마보다 더 지지를 많이 받은 것이다.


물론 트럼프가 좋아서만 이렇게 많은 표가 나온 것은 아니다. 투표율이 높았고, 보수 표들이 결집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요인이 바로 우리들을 걱정하게 하고 있으니 그것은 미국 보수 세력의 이러한 묻지마 투표가 바로 한국 진보좌파 지지자들도 다음 선거들에서 보여줄 가능성이 매우 높은 행태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미국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우울하게 하고, 부끄럽게 하고, 분노하게 하고, 어처구니없도록 한 성적표와 ‘전과’(前科) 기록으로만 보면 그는 이번에 30% 득표를 했어도 감지 득지해야 할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라티노(Latinos, 미국 거주 중남미계 사람들)는 물론 그가 차별해 마지 않고 거의 경멸했던 여성과 흑인들로부터도 지난 2016년 선거 때보다 5% 가량 더 지지를 많이 받았다. 심지어 흑인 여성들도 8%가 트럼프에게 표를 줬다.


이유는 무엇일까? 라티노라고 해서 다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아니고 여성과 흑인들도 국적, 종교들이 다르고 사람마다 입장과 의견이 다르므로 한마디로 말하긴 어렵지만, 좌파(사회주의) 이념에 반대하고 시위와 약탈에 넌더리내고 시대의 극단적인 진보 물결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인종차별 의식이 (백인뿐 아니라 화이트 라티노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강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트럼프가 인격에 문제 있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그가 그들이 보기에 위험한 좌파 이념과 진보 물결의 반대편에 서 있고, 법질서를 위해 싸우는 전사(戰士)로 보고(보고 싶어서) 밀어줬다. 그리고 이념보다는 경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순한 사람들이 기업인(장사꾼) 출신의 트럼프가 더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잘할 것으로 믿고 찍은 것이다.


트럼프는 막말과 거짓말의 대가이다. 그리고 차별하는 데 일등 선수이다.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너 해고야!’ 하며 잘라 버리는 독선적, 독재적 스타일은 우간다의 이디 아민이 미국 대통령이 되었나 착각이 들 정도였다. 차별과 거짓말, 음모론으로 국민들을 갈라치기하는 것도 그의 특기이다. 그 수단은 트위터다. 이거 어느 나라 어떤 사람들과 매우 흡사하지 않는가? 말만 하면 막말에 내로남불, 음모론이요 불리하면 거짓말해 버리는 한국의 유명 진보좌파들은 그러므로 `좌파 트럼프'라고 별명을 붙여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극우 트럼프’라면 말이다.


문제는 한국의 좌파 트럼프들이 광화문 집회 주동자를 ‘살인자’라고 외친 청와대 비서실장 노영민이나 ‘드루와’ 폭언의 민주당 원내대표 김태년처럼 아무리 험한 막말을 하고 법무부장관 추미애처럼 거짓말을 밥 먹듯(이번 국회에서만 28번 했다나 뭐라나?) 하고 조국이나 민주당 지도부(보궐선거 무공천 당헌을 간단히 뒤집도록 묵인한 대통령 문재인도 예외가 아니다)처럼 내로남불을 천연덕스럽게 하더라도 표 받는 데는, 그리하여 당선돼 권력을 재장악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정말 하품 나오는 예상이다.


하품은 졸릴 때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배고플 때나 불안할 때도 나오고 저렇게 개선하고 극복해볼 방책이 딱히 없는, 굉장히 절망적인 상황을 그려볼 때도 나온다. 그렇다. 이것은 한국 사회의 커다란 위기이다. 자기편이 아무리 못해도, 상대편이 아무리 잘해도 표는 어디 가질 않는다. ‘죽어도 민주’ 아니면 ‘죽어도 보수’(이런 때 하필 대표적인 보수 야당 당명이 국민의힘이어서 두 자로 줄일 수도 없다)인 것이다.


한국의 정치 지형을 거칠게 나눠 볼 때 고정표를 최대한으로 확대하면 진보 40%-보수 40%-중도 20%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그것을 최소한으로 축소시켜 진보 20%-보수 20%-중도 및 부동층 60% 정도로 보고 싶다. 10명 중 6명의 표는, 너무 낙관적일 수도 있지만, 바꾸려고 하면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양진영으로 결집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중도 및 부동층은 30~40%로 줄게 될 것이다. 대부분 원래의 ‘집’으로 되돌아간다고 보아서다.


그러니까 승부는 이 30~40% 표를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가 결정하게 돼 있다. 바이든은 이번에 선거인단으로는 대승을 거뒀으나 전국 득표로는 약 3% 차이로 트럼프를 제쳤다. 이 3% 차를 만들어내기 위해 트럼프는 4년간 천하의 망나니짓을 했다. 다른 말로 하면, 그러고도 3% 차로 겨우 패한 것이다.


한국의 진보좌파가 아무리 못하더라도 트럼프처럼 못하진 않을 것이다. 북한 김정은을 ‘똥똥한 미치광이’라고 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터프가이’라고 치켜세우며 ‘평화 쇼’를 연출하는가 하면, 미 해군 특공대는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게 아니라는 아니면 말고 식 괴담을 철없는 고교생처럼 리트윗하고, 불법 월경 난민들의 어린 자녀들을 부모들에게서 떼어 내 강제 격리 수용하는 반인륜적인 행위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 트럼프처럼 악정, 실정을 제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도저히 따라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걱정이다. 정치적 양극화, 사이비 종교 광신도들처럼 갈라진 진영 대결이 가져올 투표의 놀라운 반전을 상상하면 참으로 답답하고 암담하다. 국민적 미움을 받고 있다고 여론 조사를 토대로 보수 언론들이 말하는 추미애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온다면 거짓말처럼 당선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이 4년 동안 쓰레기통에 처박혀 있던 미국의 품위와 위엄을 3% 차로 건져냈듯이 서울 시민들과 대한민국 국민들도 결국 그렇게 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우파 세력은 30~40%의 그네(Swing) 표심을 절반 이상 끌어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저쪽이 잘못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이쪽으로 몰려오는 사람들이 아니다. 잘못해도 또 찍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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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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