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서울만 수성해내도 '승리' 평가 가능
호남 출향민 결집했다면 이낙연 반격 모멘텀
서울·부산 전패시엔 '이낙연 지도부' 치명타
靑도 레임덕…이재명 '훈수 정치' 열릴 수도
4·7 재·보궐선거 이후의 정국은 선거 결과에 따라 극과 극으로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공히 선거에 패배한 정당은 큰 후폭풍에 휩싸일 수밖에 없으며,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당의 지도체제·정체성·방향성 등을 놓고 논쟁에 돌입할 것으로 점쳐진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석권했을 때는 물론이고, 서울만 수성하더라도 '재보선에 승리했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극심한 집권 4년차에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최대 유권자가 몰려있는 서울과 수도권의 민심을 지켜냈다면, 내년 3·9 대선 전망도 나쁘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재보선 한 달 전인 3월에 사퇴했을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그 자신의 지역구도 서울 종로인 만큼,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도와 전심전력으로 지원유세를 펼쳤을 것이다. 재보선 기간 중의 이목 집중과 함께 선거 결과에 따른 공로까지 반영된다면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반등을 이뤄내면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경쟁에서 반격의 계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들은 대체로 호남 출향민들이 많은 지역"이라며 "민주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이긴다는 것은 이 지역들의 출향민이 '이낙연을 지키자'며 결집한 결과로 해석할 여지도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호남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지지율이 반등 모멘텀을 확보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태년 당대표권한대행 체제로 재보선을 치렀을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새로운 당대표의 선출과 5월의 새 원내대표 선출을 통해 당의 '얼굴'을 바꾸고 '대선 지도부'를 구성한다. 서울시장 수성을 통해 내년 3·9 대선에서 정권재창출 '청신호'가 들어온 상황이라면 대통령이 될 사람들의 마음은 오히려 더욱 조급해질 수도 있다. 새 당대표·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잠룡'들의 배후 관여·개입 논란이 촉발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전패시에는 민주당이 오랜만에 선거에 참패한 것이 된다. 3월에 사퇴한 이낙연 대표도 책임론을 면할 수 없으며, 지난해 8·29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최고위원 등 지도부 전원도 마찬가지다. 선거 패배 후폭풍을 수습하기 위한 '지도부 총사퇴'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재보선을 참패하면 대선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도 레임덕을 겪게 된다. 집권여당을 향한 '현재권력'의 고삐가 느슨해지면 '미래권력'에게로 힘의 중심이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직 광역단체장이라 선거에 개입할 수 없어 패배 책임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당무에 대한 '훈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참패의 원인이다. 연초 이낙연 대표가 던졌던 사면론 등 국민통합·중도층 겨냥 행보가 오히려 '진보 집토끼'를 놓치고 문재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흔들리게 했다는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된다면, 당장의 지지층은 결집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내년 3·9 대선에서의 정권재창출과는 더욱 거리가 멀어진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두 차례의 선거 패배만으로는 오히려 지지층만 바라보는 극단적인 목소리가 높아질 수도 있다"며 "친문이 이런 식으로 친박의 전철을 밟게 될 우려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서울·부산 석권해야 '승리' 될 듯
부산만 건져서는 '김종인 비대위' 불명예 종료
석권시엔 이튿날 '2기 비대위' 제안될 가능성
당내 유력 대권주자 없는건 여전한 고민거리
국민의힘은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모두 승리해야 재보선에서 이겼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는 지난해 4·15 총선 참패 이후 중도 혁신을 통해 '선거에서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들어섰다. 따라서 원래 '텃밭'이었던 부산의 탈환만으로는 부족하며, 반드시 서울까지 승리해야 '비대위'의 목표 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패한다면 '김종인 비대위'의 불명예 임기만료는 피할 수 없다. 이제는 자강론을 거부할 명분도 없기 때문에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꾸려 전당대회를 준비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전당대회에서 당권주자들 사이에 백가쟁명식으로 당 혁신과 대선 승리 방안이 주장되겠지만, 거듭된 선거 패배에 '이 당으로는 안 된다'는 패배주의가 심화될 수도 있다"며 "'해체 후 재창당'이나 당밖의 대권주자와 연계한 신당 구상 등 전혀 새로운 움직임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4·7 재보선을 치르고나면 내년 3·9 대선까지는 1년도 남지 않는데, 서울을 수성해낸 여권이 기존 양대 주자 중심으로 경선에 돌입하는 것과 달리 야권이 '제로-베이스'에서 백가쟁명식 논의에 빠져든다면 그로 인한 혼란 탓에 체계적인 대선 준비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수습 방향이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김종인 위원장의 혁신 노력이 비상대책위원장의 '원맨쇼'로 보였을 뿐, 우리 당 구성원 전원이 스스로 변하려는 모습은 미진한 것으로 비쳐졌다'고 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라며 "중도 혁신 노력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득세한다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당을 깨고나갈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고 우려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당내에 지지율이 높은 대권주자가 없기 때문에 구심력이 극히 약하다. 재보선에 패배해 대권주자 중 한 명이 책임론에 직면하더라도 또다른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지도력을 모색할 수 있는 여권과는 달리, 야권은 선거 패배의 충격이 그대로 당을 흩어놓을 수 있다는 염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석권한다면 국민의힘의 재보선 승리다. 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 등 전국단위 선거 4연패 이후 오랜만에 선거 완승이다.
4·7 재보선을 석권한다면 야권의 정권교체에의 자신감은 급격히 고양되겠지만, 이 기대감을 구체적으로 어느 인물을 통해 현실화하느냐는 여전한 고민으로 남을 것으로 관측된다.
당의 지도체제와 관련해서는 당장 재보선 이튿날부터 '김종인 비대위'의 임기 연장 제안이 나올 수 있다. 대선까지 방향타를 맡기자는 것이다. 당내 총의가 모인다면 김 위원장도 당장 기다렸다는 듯이 수락하지는 않겠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할 개연성이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나는 4월 재보선 끝나면 집에 갈 사람'이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지만,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하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라는 강력한 명분이 있지 않느냐"며 "정치에서는 명분 마련이 절반인데, 이미 명분이 있다면 '2기 비대위' 출범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