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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까지 번진 ‘학폭’…판도라 상자 열리나


입력 2021.02.14 00:05 수정 2021.02.14 09:11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이재영, 이다영 이어 남자배구서도 학폭 논란

단호한 대처만이 폭력의 대물림 끊을 수 있어

이재영, 이다영 자매. ⓒ 연합뉴스

여자프로배구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로부터 불거진 스포츠계 ‘학원 폭력’ 사태가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분위기다.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직 남자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또 한 번 파장이 일었다.


글을 올린 당사자는 “고등학교 1학년 때는 3학년 형들이 집합시켜서 때리고 맞는 게 일상이었다”며 웨이트 훈련 도중, 3학년 선배들의 노래 부르기 명령을 거부해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남자라면 다들 알거다. 거기 맞으면 어떤 느낌인지, 정말 숨도 안 쉬어졌다. 당시 폭행으로 인해 고환 봉합 수술을 받았다”라며 “그 사람들은 ‘부X 터진 놈이’라고 놀리고 다녔다. 평생 이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데 당시 가해자의 부모가 와서 ‘우리 애는 그럴 애가 아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나는 배구선수가 되고 싶었기에 아무런 보상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아무런 이슈도 만들지 않았는데”라며 “심지어 감독조차 그 당시에 이 일을 덮고 싶어서 조용히 넘어가자고 사정사정 하더라. 내가 배구에 대한 미련만 없었어도 그 때 용기내서 다 말했어야 하는 후회를 10년 간 갖고 살았다”라고 말했다.


게시물의 파장이 크게 번져나갈 조짐이 보이자 가해자로부터 사과의 뜻이 전해졌다. 글 게시자는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 글 쓴지 하루 만에 기사화되고 당사자들 평생 연락 한 번 없다가 사과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진심어린 사과 받으면 글 내리도록 하겠다”라는 추가 입장을 밝혔다.


OK금융그룹 송명근. ⓒ 뉴시스

일각에서는 이번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로부터 촉발된 스포츠계의 과거 학폭 이력이 남자배구에 이어 계속해서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학원폭력은 직접적인 피해자가 발생하는 매우 악질적인 범죄로 분류된다. 특히 피해자들에게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기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로 중히 다뤄지는 부분이다.


가해자들의 경우 ‘학폭 가해자’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허다해 더 문제다. 하지만 피해자들과 방관자들의 진술은 물론 의료 기록, 피해 사실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수면 위로만 드러난다면 시기에 상관없이 재조명이 될 수 있다.


학폭 논란에 대한 ‘미투’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연예계에서 시작됐고, 학창 시절 과오를 저질렀던 이들은 사과와 함께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하게 됐다.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키움 안우진은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전지훈련 참가 불허, 50경기 출장 정지, 국가대표 영구 자격 박탈 등의 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NC로부터 신인 지명 1순위를 받았던 김유성은 아예 프로행이 가로막힌 경우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과거 자신들의 아픔을 세상 밖에 공개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에야 말로 스포츠계 학원 폭력을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이 분명하다. 해당 구단과 소속 단체들도 솜방망이 징계가 아닌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수십 년 이어졌던 폭력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고, 그것이 피해자에 대한 조금의 위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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