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들 "수도권 대학 정원을 줄이지 않는 한 지역 대학 미달사태 반복될 것…교육부 외면, 무책임하다"
대학 진학 인구 감소로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붕괴가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대학 정원보다 학령인구가 적은 이른바 '데드크로스' 현상이 발생하면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수도권에서 먼 지역에서부터 폐교한다)'는 속설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상당수 지역 대학은 많게는 수백 명까지 미달사태를 빚었다. 대학 관계자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을 예견하고도 교육부가 서울 등 수도권 대학 정원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역 대학 곳곳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신입생 최종 등록률이 99%를 넘겼던 대구대학교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구대는 정원 내 인원 기준 올해 4070명을 모집하기로 했지만 수시·정시에서 780명이 미달됐다. 올해 미달 인원은 작년 2명의 390배 수준이다. 정원이 미달되자 대구대는 1차·2차·3차 추가모집을 한꺼번에 진행했다. 3차 추가모집에서는 응시 인원이 11명에 머물렀다. 결국, 올해 대구대 신입생 등록률은 80.8%에 그쳤다. 대구대 김상호 총장은 신입생 모집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 뜻을 밝혔다.
학과 구조조정 수순을 밟는 대학도 있다. 부산 지역 4년제 사립대학인 신라대학교는 올해 2183명인 정원을 모집하려 했으나, 정원 미달을 피하지 못했다. 신라대는 미달 인원을 채우기 위해 1년 학비 면제, 250만원 상당 장학 패키지 제공 등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신라대는 정원의 79.8%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특히 신라대 음악 전공과 무용 전공의 정원율은 각각 60%, 45%로 초유의 정원 미달 사태가 일어났다. 이에 따라 신라대는 학과 통폐합을 통한 정원 감축에 나설 계획이다.
지역 대학교수들 사이에선 고민이 커지고 있다. 광주 지역의 A교수는 "대학이 직장의 의미도 있기 때문에 학생이 없으면 교수도 없어지는 것"이라며 "어떤 교수든 걱정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 학생들을 만족시켜줄 수 있을지 우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4년제 대학들이 신입생들을 유치하려고 장학금을 지원했는데도 미달이 나는 상황"이라며 "학생들이 대학에 원하는 목적은 취업과 미래에 대한 보장인 것 같은데 학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다"고 덧붙였다.
사실 신입생 미달 사태는 이미 예견됐었다. 인구 통계를 보면 대학 입학 자원은 해마다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교육부가 학령인구를 기준으로 예측한 입학가능자원도 급감해 대학이 뽑는 인원보다 대학에 지원하는 인원이 더 적어지는 추세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해 7월 발간한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 방안' 보고서를 보면, 2021년 실제 입학 가능한 인원이 41만4126명이라고 추산했다. 대학 입학정원보다 7만8천326명이 부족한 것이다. 연구소는 특히, 실제 입학 가능 인원이 오는 2024년에는 38만 명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대입정원 감축을 강제하지 않고 있다. 이전에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평가를 통해 등급에 따라 대학별 정원 감출 비율을 할당했다. 2015년에 시작한 대학구조개혁정책에 따라 2018년까지 대입정원 4만6000명을 감축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는 대학이 자발적으로 학과 조정 등을 통해 정원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김진균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정부는 충분히 예측해 대비할 수 있었는데도 이 문제를 외면했다"며 "무책임하다"고 평가했다.
대구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는 "수도권 대학들이 정원을 줄이지 않는 한 지역 대학 미달 사태의 악순환은 반복되고 지역 대학만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교육부가 대학 스스로 정원을 감축하도록 자율권을 줬다"며 "수도권 대학들은 정원을 줄이지 않고 학생들은 계속 인서울만 외치니 지역 대학은 미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의 전체 입학정원보다 실제 모집한 전체 학생 수가 1만2000여명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모집 인원의 31.4%가 정원외 입학 전형으로 뽑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