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관례' 중심 선대위 구성 비판
"나이가 깡패인 관료 조직화 되고 있다"
비대하고 느린 데다가 책임성도 떨어져
'원팀' '용광로' 욕심에 내부 잡음 우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원팀’ ‘용광로’라는 상징성에 집착해 현역의원 전원을 ‘선수’와 관행에 따라 배치하다 보니 역동성과 현장성이 떨어진다는 게 요지다. 무엇보다 ‘여백’이 없어 중도확장을 위한 외부인사 수혈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대는 초선 의원들이 멨다. 이탄희 의원 등 초선 10여 명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선대위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국회의원 중심, 선수 중심으로 구성돼 현장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청년·여성·서민·소외계층·사회적약자 등 각계각층의 참여를 어렵게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외부인재를 영입해 전면 배치하고 이들에게 실질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당 선대위를 날렵하고 활력있는 조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대선 승리를 위한 기초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 다른 인사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최지은 선대위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원 선수별로, 의원이냐 아니냐로 계급을 매겨 수직적인 선대위를 만들어 놓고 2030과 수평적인 소통을 탁상공론하고 있다”며 “경선 캠프에서 보였던 민첩함과 생기발랄한 에너지는 잃어버리고 선거조직이 나이가 깡패인 관료 조직화되고 있다”고 적었다.
일각에서는 예견된 흐름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원팀’ 구호에 매몰돼 경쟁 후보 진영을 압박하다시피 선대위에 끼워 넣은 상황에서 ‘아웃풋’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현역 의원들을 전부 넣어 ‘공동’ 체제로 인선해 책임성은 떨어지고, 비효율성만 높아진 측면이 크다.
일례로 민주당 중앙선대위는 공동선대위원장만 12명에 달하는데, 인원이 너무 많아 조를 나눠 선대위 회의에 각각 참여시키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선대위에 이름만 걸어 놓고 ‘태업’을 하기 딱 좋은 구조”라며 “업무 공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또 누구는 일하고, 누구는 일하지 않는다면 내부 잡음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선대위가 기민하지 못해 현안 대응에 늦고, 결과적으로 이재명 후보 지지율 상승을 견인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출된 지난 5일 이후 실시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단 한차례도 윤석열 후보를 앞서지 못한 상황이다.
선대위 공동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우상호 의원은 “민주당의 대응이 늦다. 선대위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완전히 상근체제로 동원해 하루에도 몇 번씩 현안에 대응하고 반박할 게 있으면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발족식만 하고 실제로 발족은 안 된 것 같다”고도 했다.
우 의원은 특히 “공동체제가 많은데 2012년도 문재인 캠프 때 보니까 본부장끼리 계속 의견이 안 맞으면 결정을 안 하고 그냥 넘어가버린다”며 “지금은 송영길 상임 선대위원장과 조정식 상임 총괄본부장 두 라인이 책임지고 돌아가는 시스템으로 (개선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훈식 선대위 정무조정실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1단계가 용광로, 매머드 등 단어를 붙였던 큰 덩어리였다면 어제는 후보가 ‘신속성’을 얘기했다”며 “(2단계로) 신속성과 기민한 대응을 선대위에 요구한 것으로, 초선 의원들이 ‘민주당이 비대하고 느리고 현장성을 잃었다는 게 국민의 차가운 평가’라고 한 대목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