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증인 앞에서 예리한 질의 못 보여줘
이슈 제기 자체 순기능 있지만 전투력 아쉬워
국감 시즌 아닌 평시에도 해당 분야에 깊은 관심 가져야
“예리하지 않았고, 전투력도 약했다.”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뒷돈 거래’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이 지난 24일 국정감사에서 허구연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에게 던진 질의를 지켜본 야구팬들의 반응이다.
유 의원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 하루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KBO 연감에 실린 FA 계약 사례와 실제 계약서 내용이 다르다는 점, A선수(은퇴)가 현역 시절 FA 계약 후 자신도 모르게 뒷돈 의혹에 휘말린 내용을 공개하며 24일 국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튿날 유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장내 스크린에 표를 띄운 뒤 KBO 연감에 기재된 내용과 입수한 선수 계약서 내용이 다른 점을 지적했다. 이 같은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고 꼬집은 유 의원은 허 총재에게 “이런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나”고 물으며 KBO가 기존 계약에 대해서도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KBO 총재로서 역대 세 번째로 국감에 출석한 허 총재는 “통일 계약서 공통 보관이 규정화되기 전인 2018년까지는 실제 계약과 연감에 명시된 내용이 다를 수 있다”고 인정했다.
유 의원은 공세의 수위를 낮추지 않았다. 유 의원은 “지금까지 성사된 FA 계약 전부 제출을 요청한다. 총재 권한을 모두 써서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전수 조사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에 허 총재는 "뒷돈 거래는 중대 범죄가 맞다. 하지만 KBO에는 수사권이 없다"고 답변했다. 유 의원의 촉구에도 수사권이 없는 KBO 총재가 더 할 수 있는 약속은 “면밀하게 살피겠다” 외에는 없었다.
이후 유 의원이 추가 질의를 통해 허 총재로부터 전수 조사에 대한 약속을 이끌어내려 했지만, 수사권이 없는 허 총재는 난색을 표했다. 이상헌 문화체육관광위원장(더불어민주당)도 “당장 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만류하면서 질의는 종료됐다.
허 총재도 인정했듯, FA 계약 과정에서 뒷돈 문제는 불미스럽고도 심각한 문제다. 그런 이슈를 유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것은 체육 및 프로 스포츠계로 하여금 경각심을 갖게 하는 순기능도 분명 있다. '뒷돈 거래'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유 의원 주장에도 공감한다.
그러나 전투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었다. 국감에 참석한 증인에게 윽박지르기 식의 질의가 아닌 폭넓게 정보를 확보한 뒤 탄탄한 근거 기반 위에서 정교하게 쏘는 예리한 질의가 뒤따라야 한다.
허 총재 외에도 이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조연상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이 다른 사안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다른 의원들 질의의 질도 높지 않았고 날카롭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기관장들의 답변도 뻔했다. 실속이 없었다.
심각한 사안을 파헤치고 문제해결의 방향으로 더 빠르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조금 더 전투력을 키워야 한다. 그 전투력은 국감 시즌이 아닌 평시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며 촘촘하게 움직일 때야 비로소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