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2021년 피해자와 다투다 목 찔리자 주먹으로 가격…法 "상해혐의 인정"
법조계 "공격할 의사로 다투다 먼저 맞았어도…대항해 반격했다면 방어이자 공격행위"
"정당방위 넓게 인정하면 사적제재 남발 우려…가해 피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일 때만 행사"
"법원, 정당방위 거의 인정 안 하지만…최근 체격 차이 및 폭력 정도 따라 인정하기도"
시비가 붙어 서로 다투는 과정에서 상대에게 손가락으로 목을 찔려 반격한 남성의 행위는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 먼저 폭행을 당했어도 폭력으로 반격했다면 이는 방어 행위이자 공격 행위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법원에서는 사적제재를 남발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정당방위를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있는 만큼 적극적 행동은 폭력을 피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일 때만 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상해죄로 기소된 '반일종족주의 공동 저자'인 피고인 이모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전날 밝혔다. 앞서 수요집회를 반대하는 입장의 단체 대표로 활동하는 이씨는 2021년 9월29일 서울 종로구 한 빌딩 부근에서 담배를 피우던 중 자신에게 다가온 피해자 A씨와 시비가 붙었고 싸움이 벌어졌다. 이씨의 주먹에 맞은 A씨는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었고 이씨는 상해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이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A씨가 두 손가락으로 자신의 목을 찔러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얼굴을 1회 가격한 것"이라며 자신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서 상당성이 있어야 하므로 위법하지 않은 정당한 침해에 대한 정당방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히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이씨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형법 제21조에 따르면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벌하지 않고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과잉방위)에는 정황에 따라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며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해 가해한 것이라면 이때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당방위, 과잉방위와 관련한 법원의 판단은 과거부터 엄격하고 확고했다. 다만 최근에는 힘이나 폭력의 대소가 인정된다면 정당방위를 인정해 주는 경우가 늘었다"며 "체격, 흉기 휴대 여부, 폭행의 크기 등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데 이때도 상대방이 약하게 폭행하는데 이에 맞서 흉기를 들거나 더 큰 폭행으로 대항한다면 인정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가해를 피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었거나 유일한 수단이어야 정당방위가 인정된다. 가령, 집단폭행을 당하는데 이를 방어하기 위해 주먹을 휘두르는 정도의 행위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상대가 자신에게 추가적으로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고 판단해 폭행으로 맞섰다면 인정되지 않는다. 미래가 아닌 현재 상황에 대한 방어적 행동만 인정된다"고 전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과잉방위 행위가 성립하려면 비례의 원칙이 인정돼야 한다. 이 경우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최소침해의 원칙 ▲법익균형의 원칙 4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하는데 위 사건의 경우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될 여지가 있으나 나머지 3가지 요건은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당방위 범위를 과하게 인정할 경우 사적 제재 등 부작용이 남발할 수 있기에 법원에서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다만 2020년에는 강제추행에 맞서 추행범의 혀를 깨물어 절단한 여성의 혐의에 대해 정당방위가 인정된 사건이 있었다. 남성이 강제추행범이었고 여성이 원치 않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한 행동이라는 점이 인정된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