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개막을 눈앞에 두고 대한민국 체육을 이끌고 책임져야 하는 수장들의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4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임시 대의원총회를 개최, 이사회에서 의결한 체육 단체장 연임 제한 규정 삭제를 담은 정관 개정안을 가결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이기흥 체육회장(재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3선)의 장기집권을 위한 길을 닦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번 연임 제한 규정 삭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가결되고 문체부 승인이 이루어지면,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를 거치지 않고도 연임이 가능하다.
승인 여부를 결정할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난 2일 체육 분야 간담회에서 “정관 개정안을 절대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체육회가 4200억 원이란 어마어마한 정부 예산을 받는데 지금 학교 체육과 엘리트 체육은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번 더 출마하기 위해 정관을 바꾸는 것이 뭐가 중요한가”라고 지적했다.
문체부 관계자도 “지방 체육회와 종목 단체에 예산을 직접 교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대한체육회의 반발은 더 거세졌다.
이기흥 회장은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작심한 듯 유인촌 문체부 장관을 향한 발언을 쏟아냈다. 체육회가 추진하는 연임 제한 해제 외에도 예산 교부 방식을 바꾸려는 유 장관 비판에는 ‘직권 남용’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정농단 세력의 부활”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악화일로를 걸어온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갈등이 어제 오늘일은 아니지만, 올림픽 개막을 3주 앞두고 더욱 증폭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유 장관이나 이 회장도 올림픽 이후 대대적 개혁~공개토론을 언급하면서도 올림픽 개막이 다가올수록 갈등은 더욱 표면화되고 있다.
가뜩이나 인기 프로 스포츠(야구·축구·농구·배구)가 빠지고 역대 최소 규모의 선수단 참가 등으로 파리올림픽을 향한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고 있는데 합심해 분위기를 띄우고 선수들을 응원·격려하며 보다 더 나은 지원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 두 기관의 싸움은 볼썽사납다.
이전 올림픽에 비해 총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세우는 등 친환경 올림픽을 지향하는 파리올림픽 조직위는 폭염 속에도 “쾌적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에어컨이 필요 없게 설계했다”며 ‘에어컨 없는 올림픽’을 자신했지만, 기록적 폭염 앞에서 조직위는 "각 팀이 자비로 휴대용 에어컨 장치를 주문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만큼 현지의 폭염은 선수들에게 큰 변수다.
올림픽을 앞두고 으르렁대기보다 선수들을 위해, 또 국민들이 올림픽을 한껏 즐기고 감동을 받을 수 있게 함께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시점이라는 것을 이제라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