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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4년 만의 '파업 악몽' 막았다... 르노코리아도 교섭 재개


입력 2024.10.08 21:29 수정 2024.10.08 21:29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기아 노조, 2차 잠정합의안 가결… 찬성 63.1%

임협, 단협 따로 합의… EV3 호조 속 파업 우려 덜어내

완성차 5사 중 르노코리아만 남아… 르노도 교섭 재개

기아 오토랜드 광명(옛 소하리공장) 전경.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기아가 노조와의 긴 진통 끝에 올해 임단협을 타결하면서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다. 퇴직자 차량 평생할인과 일반직(사무‧연구직) 성과연동제 시행 등의 조항이 발목을 잡았지만, 파업 위기는 가까스로 면했다. 장기 교섭으로 성과금 및 기본금 인상 소급분 지급이 늦어진 데 따른 조합원들의 피로감과 EV3 등 신차 판매 확대에 힘써야하는 시기에 노사 갈등 보다는 무분규를 이어가자는 공감대 형성이 다수의 찬성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기아가 노사 합의를 이뤄냄에 따라 국내 완성차 5사 중에서는 르노코리아만 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앞서 노조는 파업으로, 사측은 직장 폐쇄 카드로 팽팽히 맞서왔지만 이날 교섭을 재개하면서 임단협 타결의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기아 노조)는 8일 단체협약 2차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률 63.1%, 반대 36.6%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투표 참여자는 전체 조합원(2만6857명) 중 91.3%에 해당하는 총 2만4528명이며, 이 중 합의안에 찬성한 사람이 1만5466명이다.


이에 따라 올해 교섭 난항으로 길어지던 임단협이 마무리되면서 파업 위기를 면하게 됐다. 기아 노사는 지난달 9일 1차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는데, 이 합의안이 같은달 12일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바 있다.


임금 협상은 가결됐지만 단체 협약이 문턱을 넘지 못했고, 추석을 넘겨 지난 2일 2차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2차 잠정 합의안에는 1차 잠정 합의안에 더해 조립 라인 직접 공정 수단 현실화, 출산 휴가 기간 연장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


통상 일시금 수령 등을 고려해 추석 전 교섭을 마무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올해 기아 임단협이 늘어진 건 단체협약 조항 때문이다. 기아 노조 집행부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퇴직자 차량 평생할인과 일반직(사무‧연구직) 성과연동제 시행 등 조항이 교섭 난항의 원인이 됐다.


기아 노사는 올해 임단협 상견례 당시부터 팽팽하게 힘겨루기를 해왔다. 2년 전 폐지됐지만 현대차는 유지 중인 이른바 '평생사원' 복원을 요구한 노조와 이를 거부한 사측의 대립이 두 달간 이어졌고, 결국 올해 임단협 최대 쟁점이 됐다.


픽업트럭을 포함한 트럭 할인혜택을 직원 및 장기근속 퇴직자까지 할인혜택을 확대해주기로 했지만, 조합원들의 반발이 막바지까지 지속됐다.


노사가 임협에서 도입한 성과연동형 임금 체계도 파업위기를 불러온 변수 중 하나였다. 기아 노사는 일반직 매니저를 대상으로 성과연동형 임금체계를 도입하는데 합의는데, 고과 등급에 따라 기본급 인상액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책임매니저(과장급) 이상은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고과등급에 따라 차등을 두자는 것이다.


사측은 일반직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개개인의 직무 역량과 가치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노조 조합원 일부에서는 반발했다. 회사의 주관적 평가에 따라 임금 차이가 발생하는 데다 결국 사측의 노조 장약력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단 이유에서다.


노사는 이번 단체협약 2차 잠정합의에서 평생 사원증에 대한 노조의 요구와 성과연동형 임금체계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이룬 것이다. 이 바탕에는 평년보다 길어진 교섭에 따른 피로감과, 더 길어질 경우 임금 손실을 감수하고 파업에 나설 수도 있다는 부담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임단협 교섭은 여름휴가나 추석 연휴 이전 타결 여부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지출이 많은 시기를 앞두고 거액의 일시금과 기본급 인상 소급분을 손에 쥐는 걸 조합원들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기아 임단협은 추석 전에 타결하지 못했고, 추석 이후 길어진 교섭에서도 요구안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특히 '평생 사원증'과 같은 핵심 요구안의 경우 사측 역시 절대불가하다는 입장을 초반부터 내세운 바 있어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었지만, 올해 보급형 전기차 EV3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정체기) 속에서도 높은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는 만큼 노사 간 무분규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됐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파업은 여론 악화로 이어질 뿐 아니라 생산 차질로 인해 차량 판매에도 영향을 미친다.


올해 기아 노사가 임단협을 타결함에 따라 국내 완성차 5사(현대차·기아·르노코리아·한국GM·KG모빌리티) 중에서는 르노코리아만 남게 됐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사측과의 협상이 불발되자 지난달 13일부터 전면 파업을 시행했고, 사측 역시 '직장 폐쇄' 카드를 꺼내들면서 부산공장의 가동이 중단됐었다.


르노코리아 노사는 기아 노사가 타결한 8일 교섭을 재개했다. 현재는 사측이 지난달 27일 직장 폐쇄를 철회하고, 노조는 현재 파업을 일시 유보하고 주간 근무를 정상화한 상태다. 르노코리아 역시 신차 '그랑 콜레오스'의 계약 대수가 2만대를 넘고, 이를 소화하기 위해선 생산 재개가 시급한 만큼 임단협 잠정 합의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코리아는 빠르면 10일부터 야간 근무를 포함한 공장 가동이 모두 정상화되겠지만, 결렬될 경우 파업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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