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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이별의 속성을 말하다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입력 2024.10.26 14:55 수정 2024.11.01 10:15        데스크 (desk@dailian.co.kr)

넷플릭스 영화 ‘론니 플래닛’

영어권에서는 사랑을 ‘accident’라는 표현을 쓴다. 사랑이란 사고처럼 우연히 일어난다고 해서 그럴 것이다. 남녀의 사랑은 사고처럼 언제나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런데 사고라는 게 사후 처리 과정이 중요하듯 남녀 간의 사랑도 이별 과정이 중요하다. 그리고 남녀 간의 사랑은 아이러니하게도 헤어지고 나서야 확인된다. 사랑에 대한 진심 또는 태도가 헤어지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아낌없이 사랑했다면 설령,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그 사랑은 아름답다고 말 할 수 있다. 최근 공개된 영화 ‘론니 플래닛’은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넷플릭스


모로코 마라케시의 한 호텔에 많은 작가들이 모인다. 유명 작가인 캐서린(로라 던 분)은 14년 동안 함께 지냈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책의 마무리 집필을 위해 이곳에 찾아왔다. 그리고 이제 막 데뷔한 신인작가 릴리는 남자친구 오엔(리암 헴스워스 분)과 여행 겸 함께 왔다. 작가들 사이에 낀 금융맨 오엔은 수련원 생활이 낯설기만 한데, 우연히 캐서린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빠져든다. 그들은 둘만의 여행을 떠나게 되고, 여행 도중 캐서린은 가방을 도난당한다. 수기로 작성한 원고를 잃어버린 캐서린은 홧김에 오엔과 헤어진다. 시간이 흘러서 그들은 다시 재회하는데 과연,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넷플릭스


영화는 여행의 참된 의미를 일깨운다. 여행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 중 하나이다. 여행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면서 세상을 더욱 넓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행은 그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고 강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가 여행을 인생과도 같다고 말하는 이유는 지나온 인생의 흔적을 되돌아보며 삶의 중요한 가치를 깨닫기 때문이다. 영화 속 오엔은 뉴욕의 금융맨으로 여유없는 삶을 살고 있다. 문학은 관심 밖의 일이고 정서적으로는 메말랐다. 신인작가인 여자친구 등살에 모로코로 여행을 왔지만, 여행이라는 과정을 통해 삶의 여유와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만남과 이별의 속성에 대해서 말한다. 우리는 살다보면 이런저러한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이별을 겪게 된다. 어찌보면 우리의 생을 마감할 때까지 만남과 이별을 경험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만남과 이별은 동면의 양면과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 속성은 다르다. 만남은 시작이지만 이별은 마침이며, 만남은 우연적일 수 있지만 이별은 만남이 이루어진 후에 벌어지는 상황이다. 캐서린은 14년 동안 지내왔던 남자친구와 이별 후에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릴리와 오엔은 함께 모로코로 여행왔지만 서로 다른 이성을 만나게 되면서 헤어진다. 캐서린과 오엔 역시 만남과 헤어짐을 겪는데 영화는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만남과 이별의 속성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만남이 헤어짐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진실된 마음으로 서로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넷플릭스

영화 속 풍광이 한 몫을 한다. 영화는 모로코로 떠난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 만큼 모로코의 아름다운 풍광을 한껏 담아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은 제목일텐데, 영화의 제목 ‘론리 플래닛’은 한때, 여행가이드북으로 유명한, 지금은 여행사이트로 잘 알려진 제목과 동일하다. 때문인지 모로코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장소를 마치 가이드하듯 보여준다. 특히 캐서린과 오엔이 만나 그들이 떠나는 여행에서 현지인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의 일상생활인 염소몰이는 꽤 흥미로운 장면으로 등장한다. 또한 모로코 시장도 볼만한 장면이다. 모로코의 드넓은 사막과 형형색색의 건물 장식 등 모로코의 이국적인 풍광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데이트폭력이 살인으로 이어지면서 이제는 더 이상 데이트폭력을 가볍게만 볼 수 없다. 폭력의 대부분은 남성 가해자, 여성 피해자로 알고 있지만 최근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성별을 떠나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겉으로 화려한 사랑보다 안으로 성숙한 이별이 더 어렵다. 성숙한 이별은 고매한 인격을 갖추고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화 ‘론니 플래닛’은 여행지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여행의 중요성과 품위 있는 만남과 이별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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