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평균 거래대금 1조8천억↓…약세 지속에 자금 이탈
투자 심리 악화…외인 이어 개미 이탈 가능성 우려 커져
최근 국내 증시가 침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거래량도 크게 감소하면서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4분기 들어 일 평균 거래 금액이 약 2조원 가량 줄어든 상황으로 남은 한 달간 다시 자금이 유입되는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분기 들어 41거래일간(10월2~11월29일) 국내 증시 거래대금은 670조5219억원으로 일 평균 16조3542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분기였던 3분기 일 평균 거래대금 18조2276억원(1130조1125억원·62거래일)에 비해 1조8734억원 감소한 것이다.
시장을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ETF·ETN·ELW 제외)의 경우, 4분기 일 평균 거래대금이 9조8167억원(전체 402조4860억원)으로 3분기 11조727억원(전체 686조5094억원)에 비해 1조2000억원 가량 줄었다.
같은기간 코스닥 시장에서는 7조1532억원(전체 443조4979억원)에서 6조5359억원(전체 267조9724억원)으로 6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증시가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4분기에도 약세가 지속되면서 자금 이탈이 이뤄지고 있는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하반기 코스피지수는 12.22%(341.91포인트·2797.82→2455.91)나 하락했는데 4분기(11월29일 종가 기준) 들어서도 5.30%(137.36포인트·2593.27→2455.91) 떨어지며 2500선마저 붕괴된 상태다.
코스닥지수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하반기 코스닥지수는 19.31%(162.25포인트·840.44→678.19) 하락하며 800선과 700선을 차례로 내줬다. 4분기로 국한해도 11.22%(85.69포인트·763.88→678.19)나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미·중 무역 전쟁 리스크와 국내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증시 부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미국 대선에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앞두고 미국 주도의 관세 분쟁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 결국 미국과 중국간 무역 전쟁으로 확전될 것이라는 진단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국경을 통한 마약 유입과 무단 월경·불법 입국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9개국 협의체) 국가들이 달러를 버리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집권 전부터 관세의 무기화를 꾀하고 있다.
또 하반기 들어 국내 경기 둔화 우려가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지난달 28일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하면서 이에 무게를 더했다.
이에 외국인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4조4887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의 경우, 5279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전월이었던 10월(4조4082억원)에 비해서는 매수세가 확연히 줄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반도체 규제, 보조금 정책 축소 등 미국 정책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으나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고 외국인 수급 이탈을 야기했다”며 “미 연준(Fed)의 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로 한·미간 금리 차이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외인 수급 이탈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시장 전반에 자금이 빠질때도 자금이 들어오는 종목들을 주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11월에 코스피 시장에서 4조3000억원을 순매도했다”며 “시장에서 수급이 이탈할 때 자금이 유입되는 종목들에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