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권성동 선출 ④] 朴 탄핵 때 정우택 데자뷔?…민주당 "권성동, 협상 상대로 인정 못해"


입력 2024.12.13 06:00 수정 2024.12.13 06:46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과거 정우택 '문전박대' 선례 있어

"권 의원 말고는 대안 없었느냐

친윤 세력 '내란의 힘' 과시한 셈"

'문전박대' 땐 되레 보수결집 계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강원특별법 개정지원을 위한 전문가 국회포럼에서 인사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와 이 대표는 중앙대 법대 출신 법조인 선후배다. ⓒ뉴시스

국민의힘 새 원내사령탑으로 '친윤계 5선' 권성동 의원이 선출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사태 후폭풍 속 친윤계로 분류되는 권 의원이 선출되면서 야권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권 의원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공언했다. 흡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정우택 당시 원내대표 '문전박대' 사례의 데자뷔라는 지적이다.


권성동 의원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투표수 106표 중 72표를 얻어, 34표를 얻은 김태호 의원을 38표 차로 누르고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오는 14일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이틀 남겨둔 상황에서의 선출이다.


대표적인 '친윤계'로 분류되는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 및 대선 승리를 도운 인물이다. 윤 대통령은 어린 시절 외가인 강릉에서 방학을 보낼 당시에도 권 원내대표와 가까워 이른바 '죽마고우'로 알려지기도 했다.


12·3 비상계엄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이 본격화된 상황 속 민주당은 즉각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내란수괴 윤석열을 만들어낸 친윤정권 핵심인 권 의원이 혼란을 틈타 당권마저 장악하겠다고 나섰다"며 "윤석열이 광기와 망상으로 가득 찬 담화를 발표했는데도 권성동 선출을 강행한 72명의 의원들, 입장을 바꾸자는 당대표까지 반말과 고성으로 제압한 윤핵관 등 친윤 세력은 '내란의 힘'을 과시한 셈"고 맹비난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이성을 잃어도 완전히 잃었다. 탄핵 반대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권 의원 말고는 대안이 없었느냐"며 "내란수괴 윤석열이 여전히 대통령인데 윤핵관이 당권을 장악한다면 누가 납득하겠느냐"라고 간섭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또 "권성동 의원은 여전히 당론이 '탄핵 부결'이라고 강조했다. 당론 변경을 위해서는 3분의 2 동의가 필요하다는 말로 사실상 가능성을 차단했다"며 "내란 세력과 같은 길을 걷겠다는 대국민 선언"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정신 차리라.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이미 침몰하고 있다. 이제 민심의 파도가 덮쳐 집어삼키기 일보 직전"이라며 "엄중히 충고한다. 권성동 체제는 오래 가지 못하고 권성동을 선택한 72명 역시 부역자로 심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당시)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친박계 후보로 원내대표로 새로 선출된 사흘 뒤인 2016년 12월 19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을 상견례를 위해 이현재 정책위의장(현 하남시장)과 함께 찾았으나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밖에도 노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민주당 의원총회가 종료된 이후 기자들을 만나 "권 원대대표 선출이 매우 부당하고 국민 뜻을 역행해도 정면으로 역행하는 결정이 여당에서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며 "결과물인 권 원대대표는 협상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 권 의원과 협상테이블에 마주앉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여·야·정(여당·야당·정부) 경제점검협의체'와 관련해서도 "권 원내대표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모든 시스템은 가동될 수 없다"고 싹을 잘랐다.


이처럼 야당이 다른 정당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까지 문제를 제기하며 협상 상대로 인정할 수 있느니 없느니 하는 것을 놓고서는, 이러한 장면조차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의 데자뷔라는 회상도 나온다.


친박 핵심 정우택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인 12월 16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비박계 후보를 누르고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그 때도 지금처럼 대통령 탄핵 사태에 책임을 지고 정진석 당시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아 새롭게 원내대표를 선출했을 때였다.


정우택 원내대표가 선출되자 민주당·정의당 등 당시 야당들은 격앙돼서 맹비난을 쏟아냈다. 이들은 친박계인 정 원내대표를 협상 상대, 카운터파트로 인정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원내대표로 선출된 뒤 관례인 상견례를 갖기 위해 민주당·정의당 원내대표실을 차례로 찾았을 때조차 이들은 실내로 들이지 않고 문밖에 세워둔 채 상견례를 거절하는 '문전박대'를 했다.


하지만 정우택 원내대표가 묵묵히 야당 원내대표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문전박대'의 수모를 감내하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되면서 오히려 보수 결집과 회생의 계기가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후 정 원내대표 외면이 오히려 보수 진영을 결집시켜준다는 사실을 깨달은 야당은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대표회동을 계기로 '보이콧'을 풀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모든 상황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 탄핵안을 부결시킨 것이라든지, 대통령이 절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든지…"라며 "2016년 때에는 길을 잘못 가 보수가 궤멸됐다는 생각에 다들 그 때와는 정반대의 선택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협상 상대 불인정' 선언만 그 때 그대로"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권 원내대표도 보수 결집을 위해 야당 원내대표실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퍼포먼스를 취해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