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캐리온’
하늘을 날고 싶어 했던 인간의 욕망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실현됐다. 백 여 년 전, 라이트 형제가 기적 같은 첫 비행을 시도한 이후 눈부신 발전을 이루면서 비행기는 이제 우리의 삶 속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비행기는 테러의 위험에 노출되면서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는 보안상 많은 규제가 필요하다. 영화 ‘캐리온’은 공항의 보안 검색대가 우리의 안전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경찰이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미국 교통안전청 소속 공항 보안요원으로 근무하는 이선(태런 에저튼 분)은 정체불명의 한 남자로부터 테러범(제이슨 베이트먼 분)의 짐을 보안 검색대로부터 통과시켜 항공기에 실어달라는 요구를 받는다. 그러면서 자신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임신한 여자친구(소피아 카슨 분)의 목숨을 해치겠다고 위협한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사람들로 붐비는 LA공항에서 협박을 받게 되는 이선, 과연 그는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영화는 공항 내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지구상에 여러 운송수단이 있겠지만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운송수단은 단연 비행기다. 긴 거리 여행에 이상적이며 비행기가 주는 효율성과 시간절약이라는 이점 때문에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비행기가 범죄의 대상으로 이용된다면 인명 피해는 겉잡을 수 없게 된다. 지난 2001년 약 3천명의 사망자와 2만 5천여명의 부상자를 낸 911 테러이후 공항의 안전관리가 더욱 철저해진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영화는 편리한 운송수단이면서 많은 승객의 생명과 직결된 공항의 안전관리 및 보안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공항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활용해 긴장감을 높였다. 영화는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의 분주한 LA공항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공항을 자주 다니는 사람에게 익숙한 보안검색대라는 장소에서 테러범은 인류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생화학 테러무기를 넣은 기내용 휴대 수화물을 가지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려고 한다. 영화의 공간은 보안검색대가 중심이지만 공항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장소, 밀폐된 기내 등을 이용해 스릴러의 묘미인 긴장감을 극대화시켰다.
빠른 전개와 깔끔한 스토리로 오락영화의 특징을 잘 살렸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자움 콜렛세라 감독은 그동안 뮤직 비디오와 CF 경력을 갖춘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작품마다 영상미로 호평을 받아왔으며 이러한 영상 감각을 활용해 다양한 장르물을 만들어왔다. 특히 빠르고 현란한 촬영과 편집을 이용해 액션 장르의 묘미와 스릴러 장르의 특징을 살려냈다. 이번 영화 역시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경찰이 되지 못했던 이선이 빠른 정보 수집과 판단, 민첩한 행동으로 위기를 이겨내는 데에 집중했다. 영화는 액션과 스릴에 집중한 연출을 선보이며 뛰어난 몰입감과 오락영화의 장점을 잘 살렸다.
최근 항공기 참사로 많은 우리 이웃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우리 사회는 집단적 우울감에 빠져 있다. 선진국의 문턱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공항 안전 문제로 막을 수 있는 대규모 피해를 입은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산업재해를 분석한 하인리히의 법칙에 의하면 산업재해 중에서도 큰 재해가 발생했다면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번의 작은 재해가 이미 발생했다고 한다. 이는 문제가 되는 현상이나 오류를 초기에 신속하게 발견해 대처해야 하고, 만약 초기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큰 문제로 번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번 여객기 참사에도 그간 많은 위기의 징후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영화 ‘캐리온’은 공항에서 보안요원이 테러범을 제압하는 오락영화지만 그 이면에는 안전관리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