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집행 경찰에 '떠넘기기' 비판도…영장집행 역량·전문성 부족 스스로 인정한 셈
'성의 없는 모습 보여' 국수본 관계자 전언 알려지며 집행수사력 비판여론도 커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넘기려다 하루 만에 경찰의 거부로 철회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공수처가 위험 부담이 따르는 체포영장 집행은 경찰에 떠넘기고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권만 가져가려다 수사 과정의 혼란만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날 오전 "경찰의 영장 집행 전문성과 현장 지휘체계 통일성을 고려해 어젯밤(5일)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경찰 국수본은 내부적 법률 검토 결과 공수처가 보낸 공문에 법률적 논란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고,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서는 공수처와 계속 협의해나가겠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공수처가 이날 오후 "공조수사본부 체제하에서 경찰과 잘 협의해 체포영장 집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시 밝히며 영장 집행 일임 결정을 철회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전체를 이첩하지는 않으면서 대통령경호처와의 물리적 충돌 등 위험 부담이 높은 영장 집행만 경찰에 떠넘기려 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공수처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자체적인 영장 집행 능력과 전문성 부족으로 경찰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기껏해야 50명인 검사·수사관 인력이 200명이 짠 스크럼을 어떻게 뚫겠냐"며 "영장 집행의 전문성은 공수처에 없고, 경찰의 인력·장비·경험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앞선 체포영장 집행 현장에서 박종준 경호처장 체포 여부를 두고 빚어진 경찰과 공수처 간 마찰이 사태의 발단이 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일 영장 집행 당시 경찰 수사관 중 일부가 박 처장 등 체포를 저지하는 경호처 관계자들을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으나 공수처는 물리적 충돌 우려 등을 이유로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찰과 2차 집행 시도 일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이같은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공수처가 집행 권한 일임을 결정해 통보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처럼 영장 집행 과정에서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 있었던 데다 '공수처가 성의 없는 모습을 보였다'는 국수본 관계자의 전언까지 알려지면서 가뜩이나 수사 의지와 역량에 대한 논란에 시달려왔던 공수처를 향한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공수처는 경찰이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와 달리 주요 관련자 소환조사나 신병 확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은 비상계엄 사태 관련 피의자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유일하다. 문 사령관도 애초 경찰 특별수사단이 소환 조사하다 검찰이 긴급체포를 승인하지 않으면서 공수처로 사건이 이첩됐다.
공수처 설립부터 수사까지 힘을 실어 왔던 야당에서마저도 공수처의 수사 의지와 능력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