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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안주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D:인터뷰]


입력 2025.01.20 08:51 수정 2025.01.20 08:5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하얼빈' 26일째 1위…누적 관객수 442만 명

배우 이동욱이 영화 '하얼빈'에서 독립운동가 이창섭 역을 통해 새로운 얼굴을 꺼냈다. 이창섭은 무력투쟁을 해서라도 나라를 되찾고 싶은, 안중근과 다른 결의 뜨거움을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이동욱은 이창섭 안에 독립운동가의 결의와 인간적 고뇌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고,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 '이동욱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이끌어 냈다.


ⓒ킹콩 by 스타쉽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하얼빈'은 개봉 26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나가며 누적 관객 수 440만 명을 기록 중이다.


이창섭은 대한의군 좌영으로, 신아산 전투 이후 일본군 포로를 살려둬 동료들이 죽게 되자 안중근에게 반감을 가진 캐릭터다. 하지만 나라를 되찾고자 하는 신념 안에서 동지애를 보여준다. 이동욱은 철저한 분석이나 치밀한 준비보다는 순간의 직관과 현장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의존해 캐릭터를 완성했다.


"사실 세부적으로 준비하진 않았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다가오는 느낌은 모든 배우들이 같은 감정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디테일한 준비보다는 영화 안에서 할 수 있는 몫을 해내자란 생각이 먼저 들었죠. 그다음은 '이창섭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내가 정한 길을 간다' 이런 결의들을 전달하려고 했죠. 현장에 가면 느껴지는 분위기와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들이 이끌어주는 부분도 있고요. 여러 가지로 그런 걸 잘 담아보려고 했습니다."


이동욱이 생각하는 자신의 몫은 이창섭으로 인해 안중근 장군의 다뤄지지 않았던 고뇌를 비추는 일이 이었다.


"사실 이창섭과 같은 마음의 관객들도 많을 거라 생각해요. 나라의 독립을 위해 무력투쟁을 하고,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요. 그런 이창섭의 공식과 다른 안중근 장군의 공식이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이로 인해 안중근 장군이 돋보였으면 했고요."


ⓒCJ ENM

극중 이창섭은 일본군 육군소좌 모리 다쓰오(박훈 분)가 자격지심을 느끼며 안중근의 뒤를 쫓자 "안중근은 고결한 인간"이라는 말을 뱉으며 최후를 맞는다. 이동욱은 '이창섭에게 안중근 어떤 존재였을까' 물어봤다.


"완벽한 믿음을 갖지 않았을까요? 물론 방식이 달라 우리 동지들이 죽음을 당하고 피해를 보긴 했지만 이건 독립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안중근은 너 따위와 비교도 안되는 고결한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친구로서, 생사를 함께한 동지로서의 완벽한 신뢰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안중근과 이창섭 단둘이 담배를 피우며 대화하는 장면은 우민호 감독이 즉흥적으로 제안해 만들어진 신으로 이동욱과 현빈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다.


"현빈과 앉아서 서로 말없이 바라보는데 울컥하더라고요. 중간의 침묵의 공백이 많은 걸 이야기해준다고 생각해요. 감독님도 더 안 찍으시더라고요. 이 투샷으로도 좋다고요."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에서 모리 소좌가 이끄는 일본 부대를 기습 공격하는 안중근 대한의군 참모중장의 군대의 '신아산 전투'는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눈과 흙, 피와 눈물이 뒤섞인 전장에서 육탄전이 벌어지며 독립군의 처절함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기만 해도 칼바람과 냉혹히 스며드는 이 장면에서 배우들의 고충이 느껴졌다.


"원래 이 직업은 몸이 힘들어요. 그건 이제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고 촬영 끝내고 맥주 한잔하면서 풀면 되는데 문제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촬영을 못하는 게 더 힘들었어요."


이동욱은 대부분 작품에서 전면에 서 있는 주연 배우지만 '하얼빈'에서는 특별 출연으로 한 발 뒤에서 서서 현장을 바라보게 됐다. 함께한 배우들과 호흡도 다른 시각에서 살피면서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았던 '귀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유재명 형은 '라이프', 조우진 형도 '도깨비'에서 한 번 호흡을 맞췄어요. 그게 너무 좋았고 행복해서 다시 만나고 싶었어요. 또 전 박정민의 팬이에요. 함께 연기하게 돼 기뻤고 실제로 지독하게 연기하는 걸 보니 본 받아야겠다 싶었죠. 현빈은 참 궁금했어요. 옆에서 본 현빈은 진중하고 잘 타협하지 않더라고요. 전체적으로 함께한 배우들에게 배울 점이 많아 좋았어요. 저도 주연으로 앞에서 이끌어나가는 일이 많아 이런 감정을 느낄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하얼빈'은 한 발 뒤에서 보게 되니 새로운 것들이 느껴지더라고요."


이동욱은 2025년 데뷔 26년 차를 맞이했다. 긴 시간 동안 배우를 하면서 연기가 조금은 수월해질 법도 한데 도무지 쉽지가 않다. 그렇기에 이동욱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책임감은 커져요. 이제는 제 인생에 연기 안한 날보다 하고 산 날이 더 많아졌어요. 이쪽 환경에 관련된 데이터들도 많아졌고요. 그래도 여전히 늘 연기가 어렵고 불편해요. 그 안에서 변하지 않는 신념이 있다면 '하얼빈' 뿐 아니라 함께 한 스태프들을 어디 가서 창피하게 만들지 말자였어요. 연기라는 게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맞잖아요. 그래서 좌우명까지는 아니더라도 늘 마음속에 '현재를 살자'란 말을 품고 있어요. 지금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어떤 취향을 갖고 살고 어떤 걸 원할까 항상 생각해야 하죠. 제가 이걸 이끄는 리더가 된다면 행복하겠지만 제 주제에 그건 조금 힘들 것 같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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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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