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경단' 조직 결성하고 피해자들 약점 잡아 심리적 지배
범행대상 남녀노소 가리지 않아…실제 성폭행까지 이뤄져
'자경단'이라는 이름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텔레그램에서 10대 청소년 100여명을 포함해 남녀 200여명을 성착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2019년 N번방, 박사방 등 텔레그램 기반 성착취 범죄보다 더 오랜 기간, 더 많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사이버 성폭력 범죄집단을 결성해 피해자 234명을 상대로 가학적 성착취를 벌여온 총책 A씨(33·구속)등 일당 54명을 범죄단체조직 및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하고 33명을 추적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자경단에는 15세 중학생 1명과 고등학생 6명 등 10대 미성년자 11명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목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2020년 5월 자경단을 결성해 남녀 피해자 234명을 상대로 협박 등을 통해 가학적 성착취를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중에는 10대 남녀 159명(남성 57명·여성 102명)도 포함됐다. 10대 여성 피해자 10명은 A씨에게 잔혹한 행위와 함께 성폭행당하고 촬영까지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9∼2020년 약 1년간 범행한 '박사방' 사건의 피해자는 미성년자 16명을 포함해 총 73명이었다. 박사방에 비해 피해자 수가 3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경찰은 자경단에 대해 "특정 성별만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주요 사이버 성폭력 범죄와 달리 대상이 다양해졌고 무차별적"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SNS를 통해 지인 딥페이크 합성물 제작과 유포에 관심을 보인 남성과 성적 호기심 등을 표현한 여성에게 접근해 텔레그램으로 신상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자신을 '목사'라 칭하며 약점이 잡힌 피해자 중 범행에 동조한 사람은 자경단 조직원으로 포섭하고 이들이 또 다른 피해자를 끌어들이는 피라미드형 연쇄 포섭 방식을 썼다.
자경단은 '목사'→'집사'→'전도사'→'예비전도사'로 계급이 나뉘어 상명하복 지휘체계를 형성했다. A씨는 새로운 피해자를 끌어들이거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면 계급을 올리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드라마 '수리남'의 주인공을 모티브로 해 목사라고 칭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1시간마다 일상을 보고하고 반성문을 작성하도록 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이를 어기면 벌을 준다는 명목으로 나체 촬영 및 자해 등 가학적 성착취 행위를 강요해 심리적으로 지배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일부에게는 남성과 성관계해야만 지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세뇌해 자신과 성관계하도록 강요했다. 지시를 따르지 않은 조직원은 다른 조직원에게 유사강간 등 성적 학대를 당해야 했다.
경찰은 2023년 12월 피해자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해 전국에서 60건을 이송받아 압수수색 영장 202건을 발부받는 등 자경단을 추적했으나 텔레그램의 비협조 등으로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A씨는 위장 수사한 경찰에게 "우리 사이버수사과 아저씨들 저를 잡을 수 있겠느냐. 수사하러 헛고생하지 말고 푹 쉬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경찰은 텔레그램 운영자에 대한 입건 전 조사에 착수하는 등 전방위 압박과 설득을 펼친 끝에 지난해 9월 범죄 관련 자료를 회신받았고 지난 15일 A씨를 경기 성남시 집에서 검거했다. 텔레그램에 범죄 자료를 회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진술을 전면 거부했던 A씨도 증거자료를 보고 단순한 성적 욕망 해소를 위해 범행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에게는 범죄단체조직과 청소년성보호법·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19개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은 전날 A씨를 상대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경찰은 A씨 등 조직원들의 압수물을 분석해 추가 피해자를 특정하는 한편 아직 붙잡히지 않은 조직원을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