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김혜수 "'미옥'의 실패, 여성영화 실패 아냐"
여성 중심 영화로 주목받는 느와르 '미옥'
"캐릭터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
"'미옥'이 잘됐다고 해서 여성 영화의 신기원이 열리는 건 아니죠. 마찬가지로 '미옥'이 잘 안됐다고 해서 여성 영화가 무너진 것도 아니에요."
영화 '미옥'(감독 이안규)을 통해 색다른 여성 캐릭터를 완성한 배우 김혜수(47)가 여성 중심 영화에 대한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김혜수는 "여배우가 주인공인 영화가 늘어나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며 "주인공이든 아니든 캐릭터를 어떻게 설정하고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옥'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나현정(김혜수)과 그녀를 위해 조직의 해결사가 된 임상훈(이선균), 그리고 출세를 눈앞에 두고 이들에게 덜미를 잡힌 최대식(이희준)의 물고 물리는 전쟁을 그린 느와르다.
김혜수는 범죄 조직의 언더보스로 분해 헤어스타일부터 의상까지 범상치 않은 스타일로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특히 삭발에 가깝게 짧게 자른 옆머리와 은발 헤어스타일은 캐릭터의 특성을 극대화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아쉬움도 남았다.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느와르 탄생을 기대했지만, 의외로 작품의 흐름은 상훈 중심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나치게 부각된 모성애 코드라든가, 작품 도입부 성접대 장면을 놓고 아쉬움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김혜수 또한 "아쉬운 점들이 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내 모습이 영화 포스터 전면을 차지한다고 해서 이 영화가 꼭 '여성 느와르'나 '여성 영화'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주위의 지나친 기대에도 부담을 드러냈다.
"전작 '차이나타운'은 여성 중심의 이야기로 주체가 여성이었지만, '미옥'은 느와르 카테고리 안에 여성이 있는 작품이라고 봐야죠. '관객이 생각하는 여성 느와르에 부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김혜수는 "주체적인 여성이 영화에서 많이 다뤄지길 바란다"며 "그런 점에서 시도 자체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갈수록 여성 영화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현실에 대해선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였다.
"사실 더 많은 대중을 확보하려면 남성 중심 영화가 유리한 게 사실이에요. 이건 세계적으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여성 관객들이 대체로 작품 선택권을 갖기 때문이죠."
하지만 김혜수는 "그래도 다행인 건 영화계 내부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여성 영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라며 이 같은 에너지가 모인다면 보다 여성 중심의 영화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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