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017 자동차 결산]사드 보복에 통상임금 패소, 철수설까지
현대·기아차 중국판매 38.2%↓…통상임금 패소 기아차 10년 만에 적자
한국지엠 부진 속 한국 철수설…부정인증 논란 수입차는 쾌속질주
현대·기아차 중국판매 38.2%↓…통상임금 패소 기아차 10년 만에 적자
한국지엠 부진 속 한국 철수설…부정인증 논란 수입차는 쾌속질주
올 한 해 자동차 업계는 온갖 대내외 악재로 몸살을 앓았다. 내수 시장은 물론 세계 양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이 사실상 성장을 멈췄다. 중국에서는 사드 보복 직격탄을 맞았고 미국 시장과 관련해서는 한미 FTA 재협상이라는 악재가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기아자동차는 통상임금 패소로 1조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했고, 한국지엠은 내수판매 부진 속에 끊임없이 철수설에 시달렸다.
◆현대·기아차 사드 보복 직격탄…중국 판매 반토막
현대·기아차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이후 올해 내내 이른바 ‘사드 악재’에 시달렸다. 중국에서 반한 감정이 고조되며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실적은 곤두박질쳤고, 중국 현지기업들과 해외 경쟁사들은 이를 자사의 마케팅에 활용했다.
올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에서 현대·기아차의 판매실적은 96만9553대로 전년 동기대비 38.2% 감소했다. 그나마 이는 9월 이후 반한 감정이 완화되면서 상당부분 회복된 실적을 합산한 것으로, 사드 이슈가 한창이던 3~8월 6개월간 실적은 전년과 비교해 반토막 수준이었다.
현대차의 경우 중국 현지 합작회사인 베이징현대의 실적이 악화되며 한때 합작파트너인 베이징기차와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부품 협력사들에 대한 대금 지급이 끊기며 부품 부족으로 공장이 멈추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기아차 역시 현지 딜러 이탈로 골치를 앓았다.
현대·기아차는 연말 대통령 국빈방문을 계기로 사드 해빙 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현지 전략형 신차들과 중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친화 마케팅 등을 통해 시장 복원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미 FTA 개정협상…북미 수출 리스크 커져
올해 초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요구하면서 대표적인 불공정 무역의 사례 중 하나로 자동차 업종을 꼽았다.
한미 정부는 현재 FTA 개정협상 논의를 진행 중으로 자동차 분야 관세가 어떤 식으로 조정될지 연내에는 결론이 나지 않겠지만 만일 관세 혜택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경우 국내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 각각 앨라배마공장과 조지아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미국 전체 판매물량의 절반 가량은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르노삼성자동차도 닛산 로그를 수탁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게 전체 수출물량의 절반 이상이다. 한미 FTA에 따른 관세 혜택의 이점이 사라진다면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르노삼성 역시 막대한 수출 물량을 빼앗길 우려가 크다.
◆통상임금 패소로 1조 폭탄 맞은 기아차, 10년 만에 적자
기아차는 올해 3분기 실적에서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8월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에서 패소해 1조원에 육박하는 충당금을 반영한 결과다. 같은 내용의 소송에서 승소한 현대차와의 차이가 ‘15일 미만 근무자에 대한 상여금 지급 제외’라는 상여금 세칙 문구 한줄 차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아차로서는 통한의 결과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패소 이후 잔업과 특근에 따른 비용부담도 크게 늘어남에 따라 생산물량 축소를 감수하고 잔업은 아예 폐지하고 특근도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아차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은 줄어들었고, 기아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들도 어려움에 처했다. 모두가 패자인 결과를 낳았다.
기아차의 패소에 이어 9월에는 한국지엠이 같은 내용의 소송 파기환송심 및 2심에서 패소했다. 11월에는 1심에서 승소했던 만도가 2심 판결에서 패소하는 등 자동차 업계의 통상임금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심지어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측이 승소한 현대차에서도 노조가 임금체계 개선을 위한 사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잔업·특근 할증 기준액 산정에 상여금을 포함시켜 사실상 통상임금화 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계는 정부와 정치권에 통상임금 기준을 명확히 해줄 것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기업들은 계속해서 통상임금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한다.
◆한국지엠 부진과 한국 철수설
한국지엠은 올해 끊임없이 모기업인 GM이 한국 사업을 매각하고 철수할 것이라는 루머에 휩싸였다. 지난 수 년간 누적된 적자와 올해 극심한 내수판매 부진, 그리고 상당한 수출물량을 보장해주던 유럽에서의 GM 철수 등이 원인이 됐다.
한국지엠의 올해 1~11월 내수판매는 12만525대로 전년 동기대비 무려 25.6%나 감소했다. 수출은 5.9% 감소한 35만8533대로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완만하지만, GM이 오펠을 PSA에 매각하면서 오펠향 공급물량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불안한 상황이다.
또한 한국지엠의 한국시장 철수를 견제했던 KDB산업은행의 특별결의 거부권(비토권)도 지난 10월 16일자로 소멸되면서 한국지엠 철수 우려는 더욱 커졌다.
여기에 지난 9월 새로 취임한 카허 카젬 사장은 과거 GM의 호주, 태국, 우즈베키스탄, 인도 법인을 거치며 사업장 축소와 폐쇄, 철수 등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인물이라 한국지엠에서의 그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일고 있다. 카젬 사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한국 철수 여부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확답을 피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 철수설에 대한 한국지엠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지속 가능한 경영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수입차 부정인증 논란…판매는 여전히 쾌속질주
지난해 아우디·폭스바겐이 디젤차 인증서류 조작으로 주력 모델들에 대해 대거 판매중지 조치를 당했지만 올해도 수입차 브랜드들의 부정인증 사태는 계속됐다. 지난 11월 BMW, 벤츠, 포르쉐가 잇달아 배출가스 시험성적서 위변조 및 미인증 부품 교체 등으로 적발돼 해당 차량 인증취소 및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은 것이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지난해 아우디·폭스바겐 사태만큼 큰 파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BMW의 경우 인증이 취소된 7개 차종에 대해서는 즉각 자발적으로 판매를 중단했지만 대부분 판매량이 많지 않은 고성능 차종이나 컨버터블 차종 위주라 전체 판매실적에는 타격이 크지 않다. 벤츠와 포르쉐는 인증취소 조치가 없는 만큼 당장 판매에 지장을 받을 상황은 아니다.
이처럼 매해 수입차 인증관련 논란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수입차 판매는 계속해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1~11월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21만2660대로 전년 동기대비 3.7% 증가했다. 과거 수입차 최대판매 4강 중 두 자리를 차지했던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사실상 발이 묶인 가운데서도 판매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올해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가 23만5000대로 지난해 대비 4.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9% 증가한 25만6000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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