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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에 진짜 공수처가 필요한가?


입력 2019.10.29 09:00 수정 2019.10.29 05:14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문재인정권, 물·불 안가리던 ‘안기부’ 만들겠다는 것

문재인정권, 자신에게 거추장스러우면 법도 필요없고, 헌법도 필요 없을듯

<김우석의 이인삼각> 문재인정권, 물·불 안가리던 ‘안기부’ 만들겠다는 것
문재인정권, 자신에게 거추장스러우면 법도 필요없고, 헌법도 필요 없을듯


ⓒ데일리안

문재인 정부는 이 시대의 최고 과제가 ‘검찰개혁’이라고 주장한다. 문 대통령이 ‘천하의 위선자’를 법무부장관에 임명하면서도, 그가 아니면 검찰개혁이 불가능하므로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국 장관이 쫓겨난 이후에도 그 맹목(盲目)이 더욱 강화돼, 헌법을 어겨서라도 ‘검찰개혁’을 달성하겠다고 한다. 역시 헌법을 뛰어넘는 정권다운 발상이다. 사명을 수행할 위헌적 기구가 바로 ‘공수처’다. 대부분의 국민이 ‘검찰개혁 필요성’에는 동의한다. 현 정권의 반대편에 있는 ‘적폐들’마저도 ‘검찰개혁’의 대의에는 반대할 수 없다. 그 결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공수처 지지’가 압도적으로 앞섰다. 물론 “검찰개혁=공수처”라는 전제에서다.

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여권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의하면, ‘공수처 반대’가 곧 ‘검찰개혁 반대’가 되기 때문이었다. 검찰로 부터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당했고, 검찰개혁을 가장 바랐던 야당이 공수처를 반대하면서 엉뚱하게 검찰 기득권을 보호해주는 집단이 된 것이다. 속된 말로 ‘미치고 팔딱 뛸 일’이다. 야당은 국민을 설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래서 나온 비유가 ‘게슈타포’, ‘보위부’다. 공수처는 아직 국민들에게 체감되지 않으므로, 가장 유사한 조직을 차용해 설명한 것이다. 일부언론도 “공수처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법학자들도 나섰다. 헌법학의 원로 허영 교수는 자진해 언론에 칼럼을 올렸다. 이런 노력들이 모아져 국민들도 공수처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되고 있다. ‘찬성 대 반대’가 ‘7:3’에서 ‘6:4’정도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 필자는 ‘왜 검찰개혁이 지금 화두가 되었는가’를 고민해 봤다. 언제부터 검찰이 권력의 정점에 있었으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데서 부터 시작했다.

고민 끝에 내린 필자의 결론이 이렇다.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정권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을 위해 물·불 안가리던 ‘안기부’를 다시 만들겠다는 것”이다. 즉 독재를 부활시키기 위한 기구란 의미다. 한국 현대사에서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한 때와 안기부가 약화된 때는 거의 일치한다. 민주화를 통해 안기부가 국정원로 바뀌고, 현 정부 들어 국정원의 국내파트가 없어지며 검찰 권력은 극에 달한다. 이제 법권들도 자신의 재판에 대해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우리나라 검찰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울트라 막강파워’다. 그런데 그동안은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이 그렇게 주목 받지 못했다. 이유는 그 검찰을 견제할 더 강한 기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방이후 ‘자유당정권’에서는 경찰이 강했다. 일제 강점기 검사 대부분이 일본인이었기 때문에, 해방이후 검사 충원에 어려움이 있었던 측면이 컸다. 상대적으로 조선인 출신이 많았던 경찰은 그나마 기구와 기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일제청산이 안됐다’는 비판은 받았지만, 지속적인 사회질서유지에는 도움이 됐다. 자유당 정권이 무너지며 경찰권력도 힘을 잃었다. 박정희 정부에서 ‘중앙정보부’가 생겼다. 중정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고, 경찰과 검찰은 중정의 하수인에 불과했다. 그 뒤 5공화국에서는 군의 ‘보안사’로 권력의 축이 옮겨갔다. ‘보안사’와 중정의 후신인 ‘안기부’가 민과 군을 오가며 힘을 쓰니 검찰도 그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드디어 80년대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어떤 이는 민주화의 가장 큰 혜택을 본 국가기관이 검찰이라고 평가한다. 상위 권력기관이 없어지니, 법적으로 ‘기소권’과 ‘수사권’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검찰이 유아독존의 권력기관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상당기간 국정원의 영향력이 이어졌고, 청와대 민정·사정비서관실의 통제를 받았다. 그러다가 현정부들어 국정원의 국내정보파트가 없어졌다. 검찰입장에서는 앓던 이가 빠진 것이다. 마지막이 남은 통제기구는 청와대였다. 그러나 무능한 문재인정부 청와대는 검찰조직을 전혀 알지 못했다. 현정부들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검찰로 부터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다. 파견검사도 없었고, 법무부를 통한 통제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법무부도 검사가 있던 요직에 민변 등 좌파세력을 앉히기 위해 검사들을 검찰에 복귀시켰기 때문이다. 명분은 역시 ‘법무부의 탈검찰화’였다. 그러다 보니 검찰총장 한사람이 ‘마이웨이’를 갈 때 통제가 안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게 지금의 ‘윤석열검찰’이다. 뒤늦게 검찰을 통제하겠다고 법무부장관에 조국 민정수석을 앉혔다. 검찰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에게 검찰개혁 칼자루를 쥐어준 것이다. 조국은 말만 앞섰지 워낙에 무능했던 사람인데다가, 게이트라 불릴 정도의 하자(瑕疵) 때문에 영(令)이 서지 않았고 결국 낙마했다.

이게 ‘검찰권력화’의 역사다. 검찰권력화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올바른 질문이 필요하다. 문재인정부는 말만 앞섰지 모든 국정에 제대로 된 문제의식이 없었다. 그래서 항상 엉뚱한 해법을 내놓고 국론분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필요한 질문을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 첫째, 국정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하던 검찰견제기능을 누가 할 것인가? △ 둘째, 견제기능을 확립하면서도,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확보할 방법이 무엇인가? △ 셋째, 검찰이 가지고 있는 ‘기소권’과 ‘수사권’을 어떻게 조정·분산할 것인가? 그런 후에 ‘검찰개혁=공수처’가 합당한지를 따져봐야 한다.

첫째 질문은 ‘국민통제’라는 민주주의 핵심원리에 직결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이 칼을 휘두를 때, 당하는 국민은 어디에 호소해야 하느냐다. 우리헌법상 선출된 권력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이다. 대통령은 청와대와 정부를 관할한다.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국회는 대통령을 견제하고 정부기관을 통제한다. 그 수단이 예산과 법제, 그리고 인사청문회다.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대표적인 국민통제가 된다.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 인사검증을 잘 해 적임자를 후보로 추천한 후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고, 일정한 법적 조건에서 그 힘을 사용토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그 동안 문제됐던 것이 ‘청와대의 배타적인 인사권’이다. 이 지점에서 둘째 질문이 의미를 갖는다. 첫째 질문과 둘째 질문은 그래서 동전의 양면이다. 국회의 반대가 있어도 청와대가 밀어붙이면 그만이다. 그렇게 윤석열총장도 임명됐다. 대통령은 임명장을 주며 말했다. “살아있는 권력에도 똑같이 추상 같으라”고. 그러나 대부분의 국정이슈에서 처럼 ‘그냥 말뿐’인 허튼소리임이 곧 밝혀졌다. 그리고는 옥상옥(屋上屋)에, 헌법까지 무시하는 ‘괴물 권력기관 공수처’에 정권의 명운을 걸고 있다. 공수처가 검찰만큼도 국민통제가 안됨은 물론이다. 이 기구가 현실화되면, 과거 독재권력 안기부의 망령이 되살아 날 것이다. 다음 셋째 질문이 어떻게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기소권’과 ‘수사권’을 조정하느냐다. 이를 위해 ‘검경수사권조정’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말뿐이다. ‘공수처법’에 밀려 후순위가 되고 만 것이다. 문재인정권에겐 인권을 위한 기소권, 수사권 조정이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의 목적이 국민을 위함이 아니고 권력의 안위를 위함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문재인정권은 자신에게 거추장스러우면 법도 필요없고, 헌법도 필요없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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