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2' 출연진 선발 과정 의혹, 내정자 논란까지
오디션 프로그램, 매번 약속하는 '공정성' 왜 신뢰 사라졌나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 가치는 ‘공정성’이다. 시청자 참여가 중심인 투표 시스템이 들어가면, 공정성은 더 강요된다. 일부 오디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투표 조작 논란 이후 대중의 의심이 커지자, 같은 형식의 프로그램들은 어느새 공정성의 덫에 빠진 모양새다.
대부분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제작 단계에서 “공정한 심사”를 강조한다. 지난달 20일 첫 방송된 엠넷 ‘포커스’도 제작발표회에서 “제작진, 프로그램과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인 참관인 시스템을 도입해 통계를 내거나 반영이 어떻게 되는지 참관할 수 있도록 해 최대한 공정성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엠넷 ‘캡틴’과 JTBC ‘팬텀싱어3’ 그리고 ‘미스트롯2’까지 모두 공정성 있는 과정을 약속하고 출발했다.
하지만 이런 약속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섭외부터, 순위를 정하는 과정까지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니, 의구심이 드는 구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여지없이 논란이 불거진다. 의혹 제기 자체가 방송사 입장에선 치명적이기 때문에 이를 대처하는 태도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미스트롯2’도 최근 출연진 선발에 대한 공정성 논란 및 내정자 의혹이 불거졌다. ‘미스트롯2’ 100인의 출연진이 대부분 유명 연예인과 방송 경력자들이었고, 출연 제의까지 받았던 한 연예인의 기사 보도를 통해 섭외로 이루어진 내정자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더구나 참가자 모집 마감이 끝나지 않은 기간에 100인의 출연진이 이미 10월 23일 티저 촬영을 완료했고, 11월 9일 녹화일정까지 앞둔 것이 공식 기사로 보도되면서 의심을 샀다.
제작진의 대처도 문제다. 의혹에 대한 해명이나 대책마련 보단 “확인해 보겠다”는 형식적인 대답 뿐이었다. 공식 입장은 사실상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러던 중 지난 방송에서 강예빈 등 실력을 차마 평가하기조차 민망한 직장인부의 참가자들의 무대가 공개되면서 100인 선발 과정은 더욱 신뢰를 잃게 됐다.
결국 약 1500명의 회원이 가입한 ‘미스트롯2’ 예선 지원자 모임 카페를 중심으로 진상규명위원회까지 꾸려졌다. 이들은 “출연진이 조기 마감됐다면 그에 대한 공고문을 올리고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면서 “일반인 지원자들은 모집대상에서 제외돼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탈락한 상황이라면 누가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미스트롯2’는 “이미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꼬집었다.
대중의 의심이 거둬지지 않는 건 앞서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뒤로는 시청자들을 우롱한 일명 ‘프듀 투표 조작’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요 제작진이 실형을 선고받는 초유의 사태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현 위치를 명확히 보여주는 본보기가 됐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연 ‘오디션 프로그램 공정성 세미나’에서도 ‘프로듀스’ 시리즈를 둘러싼 순위 조작 파문으로 촉발된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은 “방송사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들의 매니지먼트까지 맡고,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물론 방송 프로그램에서 화제성 되는 참가자의 지원을 요구하고, 방송에 출연시키는 것 자체에 문제를 삼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제작진의 요청으로 지원한 참가자가 무대에 서기까지 시청자가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실력이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더구나 그 프로그램의 성격이 누군가의 ‘꿈’을 좌우할 수 있는 서바이벌 형태를 하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특별한 게 아니다. 시청자들은 모든 것을 걸고 오디션에 임하는 지원자들의 땀과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 공명정대한 선발 과정과 여기서 오는 인간 드라마를 기대한다. 성공한 이들에겐 환호하고, 탈락한 이들에겐 위로를 보낼 수 있는 그런 오디션 프로그램을 바라는 거다. 아름다운 노래, 화려한 볼거리도 중요하지만 공정한 과정이 동반돼야 시청자들의 공감이 뒤따를 것이다. 말로만 읊어대는 ‘공정성 약속’이 아니라, 진짜 공정성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