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박상민, '광진갑 김병민' 지원 유세
코미디언 김미화, '광진을 고민정' 지원하기도
연예인·운동선수 등 선거유세장 나오며 관심
유권자 주목 높이는데 한몫…"눈길 더 간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다. 이 한 문장이 가장 잘 표현된 곳이 8일 오후 4시의 중곡제일시장 앞이었다. 서울 광진갑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김병민 국민의힘 후보의 유세차량은 이날도 쉬지 않고 음악을 틀면서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그러다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 나왔다. 만화 '슬램덩크'의 주제곡인 '너에게로 가는 길'이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이들에겐 향수를 불러오는 곡이다. 아울러 널리 알려진 곡인 만큼 입소문을 타고 'MZ(밀레니얼+Z세대)세대'들에게도 익숙한 곡이기도 하다.
선거유세차에서 유명한 곡을 차용하는 경우는 더러 있는 만큼 이 곡이 흘러나온 것이 시민들의 발길까지 사로잡진 못했다. 하지만 이날은 조금 달랐다. 바로 이 곡을 부른 가수 박상민씨가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김 후보의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기 때문이다.
가수 박 씨는 "나는 일개 연예인이다. 그냥 가만히 가수만 하면 그냥 괜찮다. 어디서 욕 먹을 만한 가수도 아니고, 다 많은 사랑을 해주시고 아주 편하게 살 수 있는 가수인데 여기엔 우리 (김)병민(후보)이와의 인연이 더 소중하기 때문에 올라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맞다. 지금 나쁜 후보들이 참 많다. 언젠가부터 상식·양심·공정이 파괴됐다. 잘못하는 인간들이 큰소리치게 됐다. 사람이 왜 사람이냐. 잘못하면 반성하고, 잘하면 칭찬받고, 그게 인간"이라며 "좌우를 떠나 정확히 판단 좀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제발 잘 판단해주시라. (김)병민(후보)이랑은 10년 됐다. 그 동안 제가 검증을 다 했다. 병민이는 약속을 지킨다"며 "우리 병민이는 정말 잘할 것이다. 공약한 것 다 지킬 것이다. 한두 개 부족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잘 지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란히 서 있던 김 후보를 향해 박씨는 "병민아! 이상한 후보들처럼 약속만 하고 못 지키지 않고, 김병민답게 잘 할 수 있냐"고 물었고, 김 후보는 큰 소리로 "네! 열심히 잘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 후보는 "인간 박상민을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한다. 여기 박상민씨는 국민의 말로 노래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에 국민 가수라는 얘기를 듣는다"며 "우리 국민 여러분께 보편적이고 평범한 국민 눈높이에서 우리 국민의 언어로 얘기한다. 정치도 그래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포문을 열었다.
김 후보는 "대한민국 정치가 맨날 싸우고 갈등하고 반목하고 분열의 언어로 현수막이 붙여져 있는, 우리 어린아이들이 읽기에도 부끄러운 얘기들을 들으면서 내려놓는 정치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일하는 국회, 싸우지 않고 대화와 타협으로 희망을 만드는 국회를 중곡동 주민들과 함께 꼭 해내겠다. 한 번만 믿어달라"고 힘줘 말했다.
이후 두 사람은 유세차에서 내려 시장 안으로 들어가 지지자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일일이 인사를 나누면서 선거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김 후보와 박상민씨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던 인파들도 일상의 무료함을 떨쳐내면서 오후 4시의 깜짝 선물을 즐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처럼 선거에 스스로 나서 유권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사례는 또 있다. 지난 7일 광진구에서 진행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광진을 후보 유세 현장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은 코미디언 김미화씨가 대표적이다.
김씨는 고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고 후보가 용기 있게 나서서 이 사회를 바르게 바꾸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했다"며 "고 후보가 똑순이 같지 않냐. 그동안 일도 똑소리 나게 잘 했지 않느냐"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고 후보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에 김씨와 함께 유세를 펼친 사진 여러장을 공개하고 "코미디언 김미화 선생께서 광진에 응원을 와주셨다. 오랜만에 뵈니 너무 반가웠다. 강행군에 지치기도 했는데, 손잡고 응원 해주시니 힘이 났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옆 지역구인 강동구에선 농구선수였던 한기범씨가 전주혜 국민의힘 강동갑 후보를 지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씨는 지난 3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암사종합시장을 찾아 전 후보와 함께 시민들과 인사를 함께 나누며 지원 유세를 펼쳤다.
전 후보는 페이스북에 "암사종합시장에서 저보다 키가 2배는 큰 한기범 전 농구선수와 함께 장을 보며 우리 지역 전통시장의 미래를 고민했다"며 "주민분들이 더 많이 전통시장을 찾아 활기 넘치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상인분들과 주민분들의 소중한 의견도 새겨들었다. 바꿔야 바뀐다. 전통시장의 미래를 확 바꾸겠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중곡제일시장 앞에서 박상민씨와 셀카를 찍고 돌아서던 중곡1동에 거주한다는 60대 여성 전모씨는 "연예인이라는 사람을 한 번 보기도 힘든데 시장까지 나와 (정치인과) 같이 하면서 우리들하고도 인사하고 하는 모습은 좋아 보인다"며 "정치엔 별 관심도 없는데 이런 기회가 생기면 아무래도 눈이 한 번 더 가고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